[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심각한 수준의 학교 폭력을 저질렀음에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게 알려지자 대입 전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시 전형의 경우 많은 대학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만 100% 반영해 학교 폭력을 거르기 어렵고, 수시 전형도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를 제출해야 하는 전형이 아니면 학교 폭력 사항을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정순신 아들, 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으로 8호 전학 조치 받아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다니던 정 변호사의 아들은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 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 단계를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는 1~9호로 나뉜 학교 폭력 조치사항 중 8호 조치를 받은 것으로 강도 높은 처벌에 해당합니다.
현행법상 학교장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조치사항을 가해 학생의 생기부에 기재하도록 돼 있습니다. 조치사항은 △1호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2호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접근 금지 △3호 교내 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 치료 △6호 출석 정지 △7호 학급 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 등으로 나뉩니다.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심각한 수준의 학교 폭력을 저질렀음에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게 알려지자 대입 전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입구의 모습.(사진 = 뉴시스)
학교 폭력에도 서울대 정시 합격…주요 대학, 정시 수능 100% 반영
이렇게 학교 폭력으로 강도 높은 조치를 받은 정 변호사의 아들이 2020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입시업체 전문가들은 주요 대학 대부분이 정시 전형에서 생기부를 아예 보지 않고 수능 성적을 기반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한다고 설명합니다. 올해 서울 주요 대학의 신입생 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정시 전형은 대다수가 수능 성적을 100%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생기부 반영 여부를 떠나 제출조차 하지 않는 만큼 학교 폭력 전력을 검증할 수 없습니다.
서울대는 정 변호사의 아들이 입학한 2020년 수능 위주 전형(일반 전형)에서 사실상 수능 성적만으로 합격자를 뽑았습니다.
올해의 경우 1단계는 수능 100%, 2단계는 1단계 성적 80%와 교과 평가 20%로 세분화됐지만 교과 평가가 내신 학업 성적을 중심으로 이뤄져 다른 요소들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내·외 징계 여부와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로 인해 감점 되더라도 성적이 우수하다면 합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연세대도 올해 정시 일반 전형에서 수능 성적 총점 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했고,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서울시립대 역시 정시에서 수능 성적을 100% 반영하고 있습니다.
수시도 생기부 제출하는 전형 아니면 학교 폭력 확인하기 힘들어
수시 전형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처럼 생기부 기재사항을 정성 평가하는 전형이 아니라면 학교 폭력과 같은 부분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생기부 서류를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 전형이 아니라면 학교 폭력과 같은 사항들을 판명하기 어렵다"며 "학종이나 학생부교과전형 가운데 면접이 있는 전형의 경우에는 생기부를 기반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만큼 이런 사항들을 볼 수 있긴 하지만 100% 걸러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입시업체 관계자도 "대부분 대학이 수시 전형에서 학교 내신 성적이나 논술시험 성적을 주로 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입 전형에 학교 폭력 더 적극 반영 목소리…신중론도 존재
이에 대입 전형에서 학교 폭력과 같은 중요한 결격 사항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교육부도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이달 발표하는 '학교 폭력 근절 대책'에 대입 정시 모집에도 학교 폭력 이력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신중론도 존재합니다. 한 입시 전문가는 "모든 학교 폭력 기록에 불이익을 주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라면서 "어느 정도 처분을 받았을 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사회적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심각한 수준의 학교 폭력을 저질렀음에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게 알려지자 대입 전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신당누리센터에서 열린 2023학년도 대입 정시 지원 전략 설명회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전국 대학 지원 참고표를 보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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