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분양 시장의 성수기로 일컬어지는 봄을 맞이해 이달 수도권에 약 1만2000가구의 물량이 공급될 전망입니다.
이달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극심한 부동산 거래 냉각 흐름이 두드러지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등 시장 상황은 지난해와 사뭇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건설사들은 이달 분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입니다.
관건은 가격입니다. 업계는 부동산 시장 여건이 좋지 못하고 이에 따른 미분양 누적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인근 단지 대비 비슷한 분양가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달 청약 흥행 여부가 올 한 해 분양 시장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만 4116가구 공급…정비사업 대단지 눈길
7일 부동산R114 분석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에서는 총 1만2099가구(임대 제외)가 분양될 예정입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883가구와 엇비슷한 수치입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 흐름이 이어져 다소 의외일 수는 있겠지만, 3월이 청약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물량입니다. 특히 올해 1~2월 계획 물량이 이월되고, 서울에서 대단지 물량이 예정된 영향이 컸습니다.
세부적으로 서울에서 4116가구, 경기에서 6129가구, 인천에서 1854가구가 분양될 예정입니다. 서울의 경우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3778가구가 늘어납니다.
주요 단지를 살펴보면 먼저 GS건설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재개발 사업을 통해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의 분양에 돌입합니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5층, 4개동, 총 707가구 규모로 지어지며, 이 가운데 전용면적 59~84㎡, 185가구가 일반에 분양됩니다.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411만원입니다. 전용 84㎡ 기준으로 11억6600만~11억7900만원 선인데 이정도면 인근 신규 단지보다도 약 1억원 이상 낮은 수준입니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 단지는 지난 6일 87가구의 특별공급에 4995명이 몰리며 평균 57.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 GS건설은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재개발로 '휘경 자이 디센시아'를 분양합니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35층, 14개동, 총 1806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중 전용 39~84㎡, 700가구가 일반에 공급됩니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약 9억~10억원 사이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입니다. 이는 주변 신축 단지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으로, 최근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분양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동부건설은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서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으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를 분양합니다. 지하 3층∼지상 20층, 8개동, 총 752가구 규모로 이 중 전용 59∼84㎡, 454가구가 일반에 분양됩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560만원 선입니다. 전용 84㎡를 기준으로 7억5000만~8억5000만원 선인데, 이는 인근 신축 아파트인 '백련산 SK뷰 아이파크'와 비교해도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 수준입니다.
3월 수도권 주요 분양 단지 표. (제작=뉴스토마토)
둔촌주공·과천 지정타 무순위 청약 출격
무순위 청약 시장 흐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28일부터 거주지와 무주택 요건이 폐지되면서 '줍줍(줍고 줍는·청약)' 대상은 늘었지만 역시 가격이 관건입니다. 규제 완화에도 분양가가 매력적이지 않으면 수요자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죠.
이런 점에서 이달 진행 예정인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무순위 청약이 시장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단지와 공급물량은 △'과천 르센토 데시앙' 1가구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 3가구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 1가구입니다.
세 단지 모두 지난 2020년 11월에 청약을 받았는데요. 당시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수백 대 일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번 무순위 청약 물량은 부정 청약으로 발생한 계약 취소 건입니다.
분양가는 3년 전 수준으로 책정되는 만큼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됩니다. 세 단지의 최초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7억원에서 8억원 초반대였습니다. 발코니 확장 등 옵션 비용 추가를 감안해도 주변 아파트의 반값 수준입니다.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전용 84㎡ 신축 아파트 시세는 10억원을 훌쩍 넘긴 가격에 형성돼 있습니다. '과천 위버필드'는 올해 1월 16억원(8층)에 거래됐으며,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지난해 12월 16억5000만원(9층)에 팔렸습니다.
다만 부정 청약에 따른 계약 취소 물량으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만 청약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도 이달 8일 하루 동안 무순위 청약을 받습니다. 전용면적별로 29㎡ 2가구, 39㎡ 638가구, 49㎡ 259가구 등 총 899가구입니다. 선호도 높은 전용 59㎡와 84㎡는 예비당첨자 계약에서 완판되고, 소형 면적대만 남았습니다.
지난해 12월 올림픽파크 포레온 청약 때만 해도 완판에 우려가 컸지만 '1·3 대책'에 힘입어 계약률은 81%를 달성했죠. 줍줍 규제 완화까지 적용되며, 무순위 청약은 문제없다는 시각입니다.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이제 전국구 줍줍이 가능함에 따라 다주택자나 지방 투자 수요가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에서는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한 가격이 분양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인상을 주거나, 분양가가 비싼 감이 있더라도 개발호재 등 미래가치가 있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 모델하우스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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