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 표결 절차를 밟을 예정인 23일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수라청연합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관계자가 지난해 수매한 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23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관리법을 단독 처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곡관리법, 여당 반발 속 민주당 단독 처리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표결을 진행해 재석 266명 중 찬성 169명, 반대 90명, 기권 7명으로 가결시켰습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당 국민의힘은 의장의 거듭된 중재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통령의 거부권만 바라보고 있다"며 "개정안은 쌀 수매 의무가 발생하기 전에 콩, 밀, 조사료 등 타작물 재배를 지원해서 쌀 재배면적을 적정하게 줄여나가고 식량 자급률도 높이자는 취지"고 강조했습니다.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 개회 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자기들 집권 때는 전혀 처리하지 않다고 이제와서 의무적으로 매입하려는 법을 만들려 한다"며 "쌀농사는 99.7% 기계화돼 있어 누구나 쉽게 지을 수 있고 다생산 품종은 미질은 좋지 않지만 생산량은 120~130%나 돼 의무매입하면 누구나 그 쌀을 심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간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수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양곡관리법 관련한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습니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달 27일 양곡관리법 본회의 표결을 미루면서 이날 본회의를 처리 시한으로 제시했었습니다. 김 의장은 정부의 쌀 의무 매입 요건이 되는 초과 생산량을 9% 이상, 전년 대비 가격 하락 폭은 15% 이상으로 완화하고, 이때 국회가 정부에 매입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민주당은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은 쌀 의무 매입은 초과 생산을 부추기고 국가 재정 지출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법 개정에 반대했습니다. 또 야당을 향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를 공헌하며 '타협은 없다'는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김진표(뒷줄 가운데)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원내지도부를 불러 양곡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3월 첫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을 발표하자 박홍근(앞줄 오른쪽) 원내대표와 진성준(앞줄 왼쪽) 원내수석부대표가 단상 앞으로 나와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법안 '첫 거부권' 행사 초읽기
이제 관심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진짜 이뤄질지입니다. 헌법 제53조 2항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을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문턱이 높아지게 됩니다. 169석인 민주당의 의석수를 감안해도 요건을 충족하기는 부족합니다. 결국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민주당으로서는 양곡관리법 처리가 더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겁니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법률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한일 정상회담 논란, 이재명 사법리스크 등으로 인해 냉랭해진 여야 관계는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국이 여야 대립 속에 또 끝을 모르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비해 또 다른 법안 등을 대안으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만일 거부권 행사를 한다고 하면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원내대표, 농해수위 등이 쌀값 폭락 방지를 위한 또 다른 법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곡관리법 외에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내용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내용이 담긴 간호법 제정안은 야당 주도로 상임위에서 직회부 의결된 상황인 만큼 향후 국회를 통과해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