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감사보고시 제출 시즌을 맞아 장기간 거래가 정지됐던 상장사들의 거래가 일시에 재개됐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투자금이 묶였던 개인투자자들은 마냥 웃을 수가 없습니다. 거래재개와 함께 높은 주가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섭니다.
거래재개 종목들은 회사 규모와 무관하게 거래재개 당일 급등락하는 경향을 보여왔는데요. 이를 악용하는 세력들도 들끓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부 세력들은 거래정지 기간 저렴하게 확보한 신주를 풀며 차익을 실현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거래재개 당일 반복되는 급등락…3종목 주가 급락
반면 한국정밀기계는 장전 거래에서 기준가 대비 2배 오른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까지 오르는 ‘따상’을 기록했죠.
최근 3년간 코스닥 지수가 59.42% 오른 데다, 거래가 재개된 종목들의 재무건전성도 좋아졌지만, 주가는 대부분 급락했는데요. 이들 종목의 변동성이 높아진 것은 거래재개라는 이벤트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부 기업들은 거래 정지 기간 진행된 감자와 유증·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인해 소액주주 주식 가치는 휴지 조각이 되었지만 신주 발행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장기간 거래가 정지됐던 종목들의 경우 장전 거래를 통해 시초가를 기준가의 100%까지 올릴 수 있어 이들의 수익도 극대화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소액주주 지분 낮은 종목 주의…하이소닉, 감자·증자 콤보
종목별로 가장 주의가 요구되는 종목들은 하이소닉과 한국정밀기계로 보입니다. 이들 종목의 경우 소액주주 지분율이 낮고 시가총액도 낮아 특정 세력의 타깃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두 종목은 거래재개 첫날 각각 상한가와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죠.
하이소닉의 경우 지난 2018년 12월부터 4년 넘게 거래가 정지됐는데요. 이 기간 회사는 3차례의 무상감자와 9차례의 유상증자를 진행합니다. 기존주주들의 참여를 배제한 3자배정 유증이나 CB 발행은 기존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으로 이어집니다.
수차례의 감자로 기존 주식 44주가량이 1주로 전환됐습니다. 증자는 모두 3자배정으로 이뤄졌죠. 감자와 3자배정 증자가 이어지면서 최대주주로 수차례 변경됐습니다. 주식을 취득한 이들은 장외거래로 일부 지분을 매도했음에도 소액주주들의 비중은 2018년 3분기 기준 57.99%에서 작년 말 기준 33.28%까지 줄었습니다.
거래정지 직전 하이소닉이 주가와 감자를 고려한 소액주주들의 1주당 가치는 3만원을 넘어서는데요. 반면 가장 최근에 진행된 유상증자의 발행가는 2800원에 불과하죠. 최대주주의 경우 보호예수 조치로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거래정지 기간 변경된 최대주주들과 그들이 매매한 주식들은 장내에 매도가 가능한 상황 입니다.
하이소닉은 전일 장전 동시호가에서 기준가(4060원) 대비 190% 오른 1만178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습니다. 최근까지 최대주주였던
녹원씨엔아이(065560)는 그간 유증과 CB 등을 통해 지분을 확보한 이후 장외매도로 일부 지분을 매도했는데요. 녹원씨엔아이가 남을 지분을 장내에 팔았다면 수십억원의 차익을 챙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정밀기계는 '따상'…폭탄돌리기 주의
한국정밀기계의 경우 전일 기준가(1440원) 대비 100% 상승한 2880원에 시초가를 형성하며 ‘따상’을 기록했는데요. 워낙 시가총액이 낮고 유통주식 물량이 적었던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정밀기계의 시가총액과 유통물량을 고려했을 때,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세력의 주요 타깃이 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한국정밀기계의 경우 앞서 ‘폭탄 돌리기’ 기적을 받으며 주가 급등락을 보였던 스팩들보다도 규모가 작습니다. 스팩들의 시가총액과 유통주식비율은 각각 200억원, 90% 수준인데요. 한국정밀기계는 거래정지 기간 시가총액은 121억원. 소액주주들의 지분율 역시 33.13%에 불과했죠.
몸집이 작은 데다, 유통물량도 많지 않은 만큼 적은 거래대금으로도 주가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데요. 상승주에 올라타는 추종매매까지 발생하면 주가 상승이 장기화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뒤늦게 매수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죠. 지난해 주가 급등락을 보였던 베트남개발1과
한국ANKOR유전(152550)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 200억원 이하인 경우는 수급 요인에 의한 쏠림 현상만으로 주가가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일부 종목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추종적 거래가 장기화하면서 비합리적 가격을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수급이 빠지면 주가도 급락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