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가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한 지 사흘만에 이사회도 대행체제로 운영하게 됐습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과 여은정 사외이사, 표현명 사외이사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1년 재선임 안건 후보에서 사퇴했습니다. 사외이사들의 사퇴 결정으로 사외이사 선임건은 폐기됐습니다. 앞서 27일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대표 선임 안건을 비롯해 서창석, 송경민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자동으로 사라진 바 있으며 구현모 대표도 대표직을 내려놨습니다. 대표도 공석인 상황에서 사내이사 0명, 사외이사 1명만 남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사내이사 0명·사외이사 1명…이사회도 사실상 공석
31일 KT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 3인이 모두 사퇴하기로 결정하면서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KT연구개발센터에서 31일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주주총회 하루 전날인 30일 저녁 국민연금이 강충구·여은정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중립'을 행사하기로, 표현명 사외이사 선임의 건은 중요 거래관계에 있는 회사에 최근 5년 내 재직한 임직원에 해당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KT 지분 7.79%를 가진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은 이들 3명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내놨습니다. 주요주주들의 의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은 일찍이 찬성을, ISS는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주요주주들의 반대 여론이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후보 사퇴에 이어 사외이사 후보 3인의 사퇴 결정으로 예상됐던 표대결 없이 주총은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대표 공석에 이어 이사회도 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게됐습니다. KT 이사회의 경우 사외이사 정족수가 3인 이상이어야 하는 상법 규정을 적용 받습니다. 이에 차기 이사회가 구성되기까지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한 3인에게 대행 자격으로 당분간 김용헌 이사와 함께 이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종욱 사장·이사회도 빠른 정상화 약속했지만…주총장은 아수라장
KT 대표 직무대행인 박종욱 사장은 빠른 정상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은정 사외이사도 "사회 법과 규정에 의거해 최선을 다해 책무를 다했다"면서 "비상경영위원회가 운영되고 있고 이사회도 빠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KT연구개발센터에서 31일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KT전국민주동지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럼에도 주총장은 '박종욱 사장이 대표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와 'KT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낙하산 반대를 특별 안견을 의결해야 한다'는 목소리 등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한 주주는 정관상 주총의장을 맡은 박종욱 사장에 대해 의장 자격이 없다며 물러나라고 지속해 소리쳤습니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려다니고 있는데, 의장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박종욱 사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대상이었지만, 국민연금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의 이유로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박 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당시 사퇴했습니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발언권을 통해 "민영화가된 KT에 정치권에서 감나라 대추나라 하는 건 말도 안된다. 이권 카르텔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KT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낙하산 반대를 특별결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주주들도 KT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NAVER(035420) KT 주주모임 카페장은 주총에 참석해 "외압이나 외풍이 다시는 없도록 KB국민은행처럼 여타 모범적인 정관 변경을 통해 정치권 비전문가가 내려와서 경영하는 걸 막아줬으면 한다"며 "정관에 명시해 주시고, 개인주주들의 의견이 반영돼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운영되길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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