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19일 오후 3시 45분 서울시 강북구 도봉세무서 뒤편 도로에서 보호자와 함께 무단횡단을 하던 3살 여아가 강북구의회 의장이 탑승한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해당 도로는 보행자 방호울타리나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지 않았고 횡단보도가 짧아 시민들의 무단횡단이 잦은 등 사고위험이 많은 장소였습니다.
2차선으로 비보호 좌회전 중 사고 발생…운전자 전방 확인하지 못한 듯
교통사고는 허 의장을 태운 차량이 도봉세무서 주차장 뒤 골목에서 2차선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좌회전하던 중 발생했습니다. 해당 장소는 신호 없이 비보호 좌회전을 해야 하는 곳으로, 운전자가 좌우로 진행하는 차량을 확인하다가 전방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유모차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망사고 발생지점. 좌회전을 위한 신호가 없다. (사진 = 정동진 기자)
사고현장을 찾은 3살 여아의 작은 증조부는 “아이 부모가 맞벌이를 해 평소에는 택시기사를 하는 친할아버지가 어린이집에서 손녀를 데려와 돌봐주는데, 사고 당일엔 외할머니가 부산에서 올라와 아이를 봐주고 있었다”며 “아이가 아프다고 (유모차에서) 울고 있던 상황이라 외할머니가 다급한 마음에 급하게 병원을 데려가다가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호 애매해 평소에도 교통 혼잡”…“항상 위험해 보여”
사고 수습 현장을 지켜봤던 한 상인은 “여기가 원래 신호가 애매해서 지나가는 차나 오토바이가 자주 빵빵거리며 경적음을 내는 곳”이라고 설명하며 “횡단보도가 짧아 평소에도 무단횡단을 하는 시민들을 많이 보는데 이번 사건은 차량이 좌회전하면서 A필러에 가려진 유모차를 운전자가 보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고지점 근처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한 택시기사는 “여기가 차량이 통행하는 3방향 모두 비보호 좌회전을 해야 하는 특이한 장소”라며 “이곳이 생각보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데 비보호 좌회전 차량과 무단횡단하는 시민들이 뒤섞여 항상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보행자가 건너간 길. 방호울타리와 중앙분리대가 없다. (사진 = 정동진)
제한속도 30km지만 지켜지지 않아…보행자 방호 울타리 설치 등 필요
해당 도로는 제한속도가 30km로 정해져 있으나 그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경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고를 낸 차량이 진행하던 방향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할 때는 신호 관계 없이 좌우로 주행하는 차량과 보행자만을 확인하면 돼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운전자와 보행자가 교통신호를 준수해야 하지만 관 차원에서 적절한 교통안전 시설물을 설치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노력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기적인 교통안전 실태점검과 보행자 방호 울타리 설치 등 지속적인 안전에 대한 관심이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도로 좌우에 모두 있는 비보호 신호 (사진 = 정동진)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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