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저는 출근길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타게 됐어요. 생각보다 시간이 좀 짧게 걸리긴 한 것 같은데,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서울 개화에서 경기 부천으로 출근을 하는 박지혜(43)씨는 26일 개화-김포공항간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적용 첫날 70번 버스를 탄 소감을 밝혔습니다. 박 씨는 지난해 눈이 오는 날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출근하던 중 '압사를 당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이 든 뒤로는 버스를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시행된 버스전용차로를 경험해 보니 기존 정체 구간을 쉽게 벗어나 평소보다 10분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포골드라인에 다른 지하철 노선을 연결하지 않는 한 혼잡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개선 위해 버스 증차·버스전용차로 시행
서울시는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개선을 위해 26일부터 출퇴근 시간동안(7시-10시, 17시-21시) 행주대교 남단 교차로부터 김포공항 입구교차로까지 2㎞ 구간 가로변에 버스전용차로제를 시행합니다.
김포시 또한 70번 버스의 운행 횟수를 오전 6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기존에 확대된 41회에서 추가 확대하여 총 65회 운영할 계획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운영과 버스 운행 횟수 확대를 시행한 첫 날인 26일에는 다양한 색상의 전세버스가 임시로 70번 표지판을 달고 개화-김포공항간 버스전용차로를 누볐습니다.
김포공항역 정류장에서 하차한 버스 이용객들은 일단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버스전용차로 적용으로 해당 구간 소요시간이 10분 이상 감소했고, 출근시간 집중 증차로 버스 배차시간이 15분에서 5분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김포 향산리에서 출근하는 한 시민은 "(집 근처에) 버스노선이 처음 생겨 오늘 한 번 탑승해 봤는데, 원래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며 "평소엔 풍무역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가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했지만 버스를 타 보니 괜찮아 앞으로도 계속 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70번 버스가 정체된 도로 옆을 달리고 있다 (사진 = 공동취재단)
시민들 "이번 조치로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해소하긴 어려울 것"
시민들은 이번 특단의 조치가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일하고 있는 40대 심세규씨는 "버스 타기가 편리해졌지만 여전히 김포골드라인으로 통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버스를 증차한다거나 전용차로로 다니게 하는 게 대책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오늘은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역에 왔지만, 지하철이 더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가 줄어들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출근한 박지현(37)씨 또한 버스가 김포골드라인의 대안이 될 순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박 씨는 "버스는 정시성도 없고, 저 같은 경우 환승을 해야 하는 위치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버스를 타면 출근이 너무 지체돼 계속 김포골드라인을 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우고교·김포시청 버스정류장에서 70B 버스에 탑승 중인 시민들 (사진 = 공동취재단)
"한달 전이나 오늘이나 김포공항역 승객 혼잡도 큰 차이 없어"
김포골드라인의 종착역인 김포공항역에서 안전도우미로 일하고 있던 한 남성은 버스전용차로 도입이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한 달 전이나 오늘이나 승객 혼잡도는 큰 차이가 없다"며 "결국 (김포골드라인을) 타는 사람은 타고 안 타는 사람은 안 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직접 70번 버스에 탑승해 김포공항역 정류장에 도착한 이성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은 "시민들이 버스전용차로의 효과를 많이 알게 되면 버스 승객들이 차차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면 지하철의 혼잡도는 줄어들고, 서울로 유입되는 승용차의 교통량 자체가 줄어들어 서울시에도 이득이 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기도 김포시 사우역에 붙어있는 70번 버스 노선 변경 안내문 (사진 = 공동취재단)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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