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이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명품 시장은 이미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꾸준히 가격을 인상한 바 있습니다. 특히 엔데믹 시기를 맞이하면서 패션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오는 여름 휴가철까지 앞두면서 업체들이 가격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무리 명품이라 해도 가방 1개 가격이 웬만한 중고차 가격에 버금가는 것은 문제라는 업계 지적도 나옵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업체 샤넬은 최근 주요 인기 제품의 가격을 6% 수준으로 인상했습니다. 이는 올해 3월 이후 벌써 2번째 인상입니다.
샤넬은 매년 3~4차례 가격 인상을 실시해왔는데요, 지난해에도 1월, 3월, 8월, 11월 등 4번 인상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최근 인상을 통해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은 종전 1367만원에서 1450만원으로 가격이 뛰었습니다. 인상률이 6.07%에 달합니다.
'클래식 스몰 플랩백'은 1311만원에서 1390만원으로 6.03% 올랐습니다. 또 '클래식 라지 플랩백'은 1480만원에서 1570만원으로 약 6.08% 급등했습니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보테가베네타도 5월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대표 라인업인 '카세트 벨트 백'의 경우 이달 중순 기존 254만원에서 281만원으로 10.63% 인상됐습니다.
또 프랑스 브랜드인 에르메스도 연초 의류, 신발, 가방 등 제품 가격을 5~10%가량 올렸습니다. 에르메스 가방 '가든파티 36'은 종전 498만원에서 537만원으로 7.8% 올랐고, '에블린'은 453만원에서 493만원으로 8.8% 인상됐습니다.
이처럼 명품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은 높은 가격 인상에도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 가격을 인상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요가 지속되면서, 명품 업체 입장에서는 인상 주기를 점점 짧게 가져가는 것이죠.
한 의류 업계 관계자는 "비쌀수록 잘 팔리니 업체 입장에서는 배짱 장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명품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국내에서는 특유의 중고 시장도 형성된 상태"라며 "명품은 중고품이라 해도 이에 따른 시세 감가상각이 낮은 편이다. '오늘이 가장 싸다'는 표현이 과언은 아닌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통계로도 나타납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난해 명품 구입액은 168억 달러(약 22조원)로 전년보다 24%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특히 1인당 구입액은 325달러(약 43만원)로, 미국, 중국을 제치고 전 세계 1위로 집계됐는데요.
결국 우리 사회에서의 명품 인기는 좋은 품질, 고급스러운 디자인도 있지만, 특유의 리셀 문화와 경기 침체 속에서 양극화가 심화하며 과시적 소비가 증가하고 남들과 다른 제품을 선호하는 풍토가 빠르게 퍼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명품 시장은 허영심, 과시욕에 따른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전형적으로 작용하는 분야"라며 "명품의 경우 대체로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제품의 질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중고차 가격에 맞먹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가격 부담이 아무런 저항 없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한 시내 백화점의 샤넬 간판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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