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허위·미끼매물, 조폭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중고차 시장이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의 진출로 오명을 벗을 것으로 소비자와 업계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로 그간 허위 매물과 사고 이력 숨기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로 소비자의 불만을 샀던 중고차 거래 관행이 한층 성숙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인증 중고차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중고차 시장이 침체되면서 본격적인 시장 진출 시기가 올해 하반기로 미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사진=뉴시스)
실제 기존 중고차 시장은 주행거리를 속이고, 없는 차량을 판매한다고 올려놓고 다른 매물을 구매하게 만드는 수법 등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정부에서도 중고차 판매에 있어 조직성이 확인되면 조폭 범죄로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들이 직접 개입해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거래 앱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진출에 대해 5점 만점에 3점으로 찬성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재구매율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 수입차 브랜드들의 경우 차주가 기존 차량을 반납하고 재구매하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재구매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계는 소비자 요구라는 당위성을 얻고 인증 중고차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중고차 관련 통합 정보 포털을 구축하고 정밀한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친 후 품질을 인증해 중고차를 판매할 예정입니다. 5년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 수준인 200여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해 판매할 계획입니다.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 프로그램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기아는 기존 구독서비스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연계한 중고차 구독 상품 개발을 추진합니다. 고객이 최장 한 달 동안 차량을 체험한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선구독 후 구매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KG모빌리티(구 쌍용차)도 5년 10만km 이내 KG모빌리티 브랜드 차량을 매입해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쳐 판매하는 방식의 인증 중고차 사업에 나섭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와 정비 조직 및 체제 등 사업 준비를 마치고, 하반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사진=뉴시스)
여기에 다음 달 11일부터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 행각 방지와 중고차 신뢰를 높이기 위한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완성차 업계가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해 6월10일 자동차관리법 제 52조의2 제2항에 '자동차매매업자가 아닌 자는 영업을 목적으로 매매용 자동차 또는 매매를 알선하려는 자동차에 대한 표시, 광고를 해서는 안된다'는 항목이 신설된 데 따른 것입니다. 앞으로는 자동차매매업자만 인터넷 등 온라인에서 중고차 광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하면서도 이전 중고차 시장처럼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의 중고차 시장의 경우 시장 투명성에 따른 신뢰감이 거래 문화에 녹아있다"며 "국내에서도 구매 중고차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완성차 업체에서도 명확한 보증과 보상안 마련이 구체화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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