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3년 동안 억눌린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여행업계 경쟁이 달아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파크가 재차 '1등 여행사'를 강조하며
하나투어(039130)와의 홍보 전면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는 1~5월 항공여객판매대금 정산제도(Billing & Settlement Plan·BSP) 본사 기준 발권액이 4565억원으로 국내 여행업계 1위에 올랐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사 항공권 발권 자격이 있는 회원 업체 발권액을 표준화해 BSP 기준으로 집계합니다.
인터파크가 업계 1위를 내세운 광고 영상. 왼쪽 아래에 '2023년 국제항공운송협회 BSP 본사 실적 기준'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인터파크 광고 화면)
앞서 인터파크는 지난달 20일부터 전지현 배우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해외여행 1등은 크다. 인터파크다'는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여행업 1위로 알려진 하나투어는 발끈했습니다. 하나투어는 지난달 18일 '1등'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인터파크에 보냈습니다.
이후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인터파크가 다시 1등 주장을 편 겁니다. 이날 하나투어 측은 지난달 내용증명에 대해 "인터파크로부터 회신 받은 내용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파크는 이날 보도자료로 하나투어에 공개 답변한 셈입니다.
인터파크는 심의를 통과한 광고에 본사 기준임을 알리는 자막을 포함해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파크 측은 "IATA BSP 발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인터파크 본사 해외항공 발권액이 타사 대비 앞서고 있다"며 "이처럼 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광고에 '1위'임을 명시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1위 산정기준인 '2023년 국제항공운송협회 BSP 본사 실적 기준(2023. 5. 31. 기준)'을 병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TV광고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심의실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인터파크 또한 해당 심의 절차를 준수했다"고 부연했습니다.
반면 하나투어는 본사와 지사 합산 누적을 따져야 정확한 1위를 가릴 수 있어, 인터파크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합니다. 하나투어 측은 "본사와 지사는 같은 회사이므로 통합해서 비교하는 것이 옳은데 인터파크는 본사 자료만 따져 1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나투어는 BSP 항공 발매 실적으로 지난해까지 25년 연속 1위를 한 데 이어, 올해 1~5월 본사와 지사 합산 누적 기준 4856억 원을 기록해 동기간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5월 BSP 실적 또한 1056억원을 달성하는 등 여행업계 1위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터파크는 지방 지사 합산 1~5월 BSP 금액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업계 관행상 실적 지표를 논의할 때는 본사 실적 기준이 통용되고 있다"며 "지사 실적의 경우 지역 특성에 따른 오프라인 수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플랫폼의 실적 집계에서는 제외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경쟁사 또한 수년 간 본사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해 PR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인터파크가 영리한 마케팅을 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 이후 기존 1위 위치에 균열을 내는 전략이 펼쳐졌다"며 "하나투어는 경쟁사를 2위로 키워주는 효과 때문에 이런 마케팅에 응하지 않았지만, 이번 광고는 너무 대대적이어서 반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인터파크 인수 효과를 대대적으로 알릴 필요성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입니다.
이어 "인터파크는 법적 다툼에서 지더라도 업계 2위라는 인상을 가져가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다"며 "이 정도로는 소비자들도 인터파크를 부도덕한 업체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5월에 시작한 광고가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질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 관계자는 "여행 상품은 전자제품과 다르다"며 "사람들은 같은 항공, 같은 호텔이면 더 싼 상품을 찾는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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