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치킨 1마리 판매 가격이 3만원은 돼야 합니다. 그래야 자영업자들이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지난해 봄 윤홍근 BBQ 회장이 치킨 업계 업황과 원가 등을 고려할 때 당시 치킨 가격이 현실과 동떨어져 점주들의 고통이 가중된다고 강조하며 한 발언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윤홍근 회장의 발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상황이 됐습니다. 윤 회장의 발언 이후로도 치킨 빅 3 업체들의 치열한 가격 인상 경쟁이 이어지면서, 배달비, 사이드 메뉴 비용 등을 포함한 치킨 가격은 실제로 '3만원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윤홍근 회장의 바람대로 치킨 메뉴를 직접 생산하는 가맹점주들의 삶은 조금은 나아졌을까요?
안타깝게도 이들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특히 사업의 존망을 결정하는 손익분기점을 채우는 시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hc·교촌·BBQ 치킨 3사의 실적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어 사실상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착취에 가까운 비용 전가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사진=뉴시스)
손익분기 평균 2~3년 이내지만…BBQ 30%는 적자 지속
3일 뉴스토마토가 bhc·교촌·BBQ 가맹점주(각 50명·총 150명)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창업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는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한 질문에 3개 업체 점주들은 공통적으로 '2~3년 이내'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bhc는 23명인 46%가 답했고, 교촌은 20명인 40%가, BBQ는 16명인 32%가 2~3년 이내로 응답했습니다.
(제작=뉴스토마토)
특히 BBQ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응답도 15명이나 나오며 30%를 차지했는데요. 이는 10명 중 3명은 남지 않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BBQ 응답자 12명(24%)은 '1년 이내', 5명(10%)은 '4~5년 이내', 2명(4%)은 '5년 초과'라 답하며 뒤를 이었습니다.
bhc의 경우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은 4~5년 이내로 16명(32%)이었고, 여전히 적자라 대답한 인원은 8명(16%)이었습니다. 3명(6%)은 5년 초과라 답했고, 1년 이내라 답한 응답자는 없었습니다.
이 밖에 교촌은 1년 이내 14명(28%), 4~5년 이내 11명(22%), 여전히 적자 5명(10%)으로 집계됐습니다. 5년 초과를 고른 점주는 없었습니다.
BBQ 관계자는 "점주들은 가맹점과의 계약 전,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서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 매출 산출을 인지한다"며 "다만 본사는 명확한 예상 마진이나 손익분기점까지 제시할 수는 없다. 정보공개서에 평균 매출액이 보수적으로 잡혀있긴 하지만, 상점별 상권이 각각 다르고 점주들의 매장 운영, 근로 태도 등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본사 영업이익률 최대 30% 수준인데…점주와 이익 공유 전혀 안돼
외식 사업의 성공은 한 기간의 매출액과 같은 기간 총 비용이 일치하는 시기인 손익분기점을 얼마나 빨리 앞당기는지가 핵심입니다. 쉽게 이야기해 사업을 위해 총 들어간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시점이 손익분기점인 것이죠.
손익분기점 달성은 매장 상황마다 변동비용과 고정비용의 폭이 다르고 근로 인원 수, 근로 시간 소요 등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하게 손익분기 시점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가맹점주들은 3년에서 길게는 5년 정도를 손익분기 시점으로 잡고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 가맹점주들의 경우 브랜드 안정성과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로열티를 별도로 지불하는 절차를 거치는 만큼, 손익분기를 길게 가져가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BBQ의 설문처럼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응답이 30%에 달한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적자를 감수할 수 있는 시기가 5년 이상이거나 그마저도 확신할 수 없다면, 초기 단계부터 프랜차이즈 창업을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는 뜻도 됩니다.
이쯤에서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적지 않은 치킨 가맹점주들이 손익 마진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데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실적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어서죠.
이는 본사가 이익을 점주들과 공유하지 않거나, 그렇지 않다면 점주들의 역량이 떨어져 본사와의 실적 격차가 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본사와 점주들 간 협업 체계와 재무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점을 감안하면 후자일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단 지난해 치킨 3사의 실적(별도 기준)과 관련해 매출은 역대급으로 일제히 올랐습니다. BBQ는 매출이 41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 급증했고, bhc는 5075억원으로 같은 기간 6.4% 올랐습니다. 또 교촌은 지난해 매출이 4989억원으로 1.1% 상승했습니다.
영업이익의 경우 BBQ는 641억원으로 전년보다 38억원 상승했고, bhc는 1418억원으로 7.8% 줄었습니다. 또 교촌은 영업이익이 29억원으로 89.8% 급감했습니다.
회사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지난해 3사 모두 낮아졌습니다. BBQ는 지난해 15.31%로 전년(16.83%)보다 낮아졌고, bhc도 전년 32.24%에서 27.95%로 떨어졌습니다. 교촌은 영업이익 급감에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5.67%에서 0.58%로 낮아졌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66%를 기록했는데요. 1000원을 팔면 56원 남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빗대면 BBQ와 bhc의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2021년 실적 기준으로는 3사 모두 역대급 수준이며, 특히 bhc의 32.4%는 전례를 찾기 힘듭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사업 운영을 함에 있어 필요한 필수품목이나 물류 마진 등의 차액가맹금 정보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다. 본사 입장에서 정보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이로 인해 본사와 점주들 간 실제 마진 발생이 현격히 차이가 벌어진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주들이 느끼기에는 품질 유지나 브랜드 통일성 유지에 필요하지 않은 필수품목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치킨 사업은 원가율 자체가 높기 때문에 쉽게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어려운 특징도 있다"며 "본사 영업이익률이 20~30% 올라간다 해도, 점포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맹점주들이 가져가는 마진은 7~8% 정도밖에 안 된다. 어찌 보면 프랜차이즈의 구조적 문제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정보통신(IT)이나 4차 산업 기반의 업체들의 경우 특유의 성장성, 변동성으로 인해 엄청난 영업이익률이 잡히는 경우는 있지만, 노동집약적 성격이 짙은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20~30% 영업이익률이 발생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이익 공유가 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착취에 가까운 비용 전가를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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