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17일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초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4일 일본 정부에 전달됐지만, 보고서 내용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IAEA 보고서가 일본 정부 측의 로비를 받아 작성됐다는 의혹이 나온 가운데 중국 정부까지도 이를 문제를 삼았습니다. IAEA 보고서의 신뢰성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는 "IAEA는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UN 국제기구"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일본·IAEA' 커넥션 의혹…IAEA 최종 보고서 신뢰성↓
4일 정치권에 따르면 IAEA는 일본 정부로부터 100만유로(약 14억원)를 받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앞서 '시민 언론 민들레'와 '시민 언론 더탐사'는 일본 외무성 내부자로 추정되는 익명 제보자 '조세티(Jorseti)'의 내부고발을 통해 IAEA의 최종 보고서 발표를 놓고 일본 정부와 IAEA가 공모했다는 관련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민들레와 더탐사는 이날 서울 중국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일본 정부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으로부터 공식 최종 보고서를 전달받기 전 최소 100만 유로의 자금을 IAEA에 제공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최종 보고서 초안을 사전에 입수해 민감한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언론에 따르면 IAEA는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분담금 외 회원국으로부터 특정 사업 목적을 위해 추가 예산 지원을 받는 것은 그동안의 관행"이라고 설명하며 100만 유로를 지원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고 합니다. 또 일본 외무성도 유출된 보고서의 진위에 대해서는 "IAEA에 물어보라"고 하면서 IAEA에 100만 유로를 지원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IAEA가 "그동안의 관행"이라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일본 정부로부터 100만 유로를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은 앞서 지난달 22일 해당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라며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보도는 사실무근이고 일본 정부로서 이런 무책임한 가짜 정보 유포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도 의문 제기하는데…한국 '일본 들러리' 전락
하지만 중국 정부는 IAEA 보고서에 대한 일본 정부 측의 로비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IAEA에 대한 일본 정부 측의 로비 의혹이 담긴 언론 보도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며 "IAEA 사무국 역시도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보도로 인해) IAEA의 최종 보고서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해당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이미 그러한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파장을 일축했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IAEA는 지금까지 국제기준을 적용해 각 회원국에 원자력 분야 안전성과 관련된 주요 현안에 있어서 전문성 있는 점검과 지원 임무를 아주 성실하게 수행해 온 국제기구"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습니다.
4일 오전 ‘시민 언론’ 민들레와 더탐사 주최로 ‘IAEA 일본 원전 오염수 조사결과 발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서울 중구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IAEA가 그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듯한 행보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가 수용이 안 되어서 공신력 있는 IAEA의 최종 보고서 결과에 사활을 걸었다"며 "일본 정부가 IAEA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자신들의 정당한 자료 제공이라고 하겠지만 (IAEA와 일본 정부의 공모 의혹은) 충분히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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