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부조리 타파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강남 대치동 학원가는 활황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사고(자율형 사립 고등학교)·특목고(특수 목적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학원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의 자사고·외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 결정으로 사교육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학원가, 고교 입시 주력…자사고 등 존치로 학생·학부모 관심 증가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대치동 등의 주요 학원은 최근 자사고와 특목고 입학설명회를 잇따라 열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강력한 사교육 단속을 벌이자 고등학교 입시에 주력하는 모양새입니다.
주요 과학고는 다음 달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오는 9~11월에 전형을 치르고, 상산고·하나고 등 전국 단위 선발 자사고는 12월에 원서 접수와 전형을 진행합니다. 따라서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생들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학원가의 설명입니다.
유명 학원의 자사고·특목고 대비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험을 쳐서 합격해야 합니다. 게다가 수업 진도를 따라가려면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전까지 고등학교 교과 과정 전체 선행 학습을 끝내는 것이 필수입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대치동의 경우 상당수 학원이 이달부터 자사고·특목고 대비반을 개강한다"며 "특히 정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더욱 큰 상황이다. 예년보다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사고·특목고 입시를 앞두고 학원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강남 대치동 학원가가 활황 분위기입니다. 사진은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정부 사교육 경감 정책과 모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는 내용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통해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그러자 교육계에서는 초·중등 사교육 과열을 조장하는 주요 원인인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는 게 정부의 사교육 경감 정책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실제 교육부와 통계청이 실시한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5000원이었지만 자사고를 목표로 하는 학생의 경우 69만6000원, 외고와 국제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64만2000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중학생이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보다 사교육비를 1.5배 이상 더 지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역시 일반고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에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로 33만4000원을 썼으나 자사고를 준비하는 학생은 57만6000원, 외고·국제고를 목표로 하는 학생은 53만원을 지출했습니다.
교육계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에 따른 사교육 증가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정부가 킬러 문항(고난이도 문항)을 없애 사교육을 경감하겠다면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한 것 자체가 모순된 정책"이라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줘야 하는데 이렇게 모순된 정책으로 교육 현장만 혼란하게 만드니 이에 대한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자사고·특목고 입시를 앞두고 학원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강남 대치동 학원가가 활황 분위기입니다. 사진은 학생들이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를 걷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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