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정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고난이도 문항) 배제 방침'을 두고 큰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정치적 쟁점화가 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서울 지역 모든 초등학교에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를 배치하는 등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교육 문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라 협치로 풀어갈 수 없게 돼"
조 교육감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3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정부의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수능은 공교육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돼야 하고 킬러 문항이 잘못됐다는 주장은 저희도 해왔던 부분"이라며 "사교육 산업이 국가 공교육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은 비정상"이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이 문제가 대형 입시 학원을 범죄 단체 다루듯이 수사한다는 등의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라 협치로 풀어갈 수 없게 됐다"면서 "사교육 문제는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없는 만큼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이어 조 교육감은 "지금 중요한 건 킬러 문항 몇 개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사교육 문제를 범죄 수사하듯이 다루면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다른 부작용이 나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책임 교육 학년'으로 지정하고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를 전체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권고한 데 대해서는 "강제가 아닌 범위 내에서 최대한 참여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정책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3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사교육 문제를 범죄 수사하듯이 다루면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다른 부작용이 나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사진 = 장성환 기자)
'3단계 교육 혁명', 영어 공교육·다문화 교육·토론 수업 강화
조 교육감은 이날 앞으로 서울 교육의 개혁 과제와 방향에 대한 청사진도 내놨습니다. 그는 현재 교육이 '3단계 교육 혁명' 시기에 있다고 규정하고, 그 핵심 가치로 '더 질 높은 공교육'과 '공존의 교육'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영어 공교육과 다문화 교육 강화 내용의 '서울 교육 국제화 종합 계획'을 수립한 뒤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영어 공교육 강화의 경우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를 모든 초등학교에 두고, 전교생 1천명 이상의 '과대 학교'는 추가로 1명씩 더 배치해 학교 영어 학습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영어 학습 시스템 개발·활용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토론 수업 강화에도 나섭니다. 초등학교 '생각을 키우는 교실'과 중·고등학교 '생각을 쓰는 교실' 등으로 학생들이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게 하고, 국제 바칼로레아(IB) 탐색 학교 31곳(초등학교 15곳·중학교 16곳)을 운영하면서 한국형 바칼로레아(KB)의 기반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해 사무실이나 주거용 건물에 '도시형 분교'를 두는 방안과 '캠퍼스 공유형 통합 학교' 등 새로운 학교 모델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공유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자의 책임 부담을 더는 '스쿨 매니저 모델' 도입, 기존에 분산 운영되고 있는 위(Wee) 센터·특수교육지원센터 등을 한곳에 모은 '통합 교육서비스센터 모델' 확대, 진로·진학 상담 프로그램인 '쎈(Sen) 진학 모바일 앱' 개발·보급 등도 추진합니다.
또한 조 교육감은 지난 '2단계 교육 혁명' 기간 동안 받았던 비판을 수용해 '보완적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요청하고, 서울시의회에 계류돼 있는 '교육활동 보호 조례'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기초학력 저하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교수학습·기초학력지원과'를 신설·운영합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3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사교육 문제를 범죄 수사하듯이 다루면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다른 부작용이 나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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