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POSCO홀딩스(005490) 같은 한국 기업 주식을 굳이 미국에서 매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끔 한국에서보다 싸게 매수해 비싸게 팔 기회도 생기지만 큰 이익이 생길 정도는 아닙니다. 환차익을 노리기엔 환율이 우호적이지도 않습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POSCO홀딩스(종목기호 PKX)는 3.12% 하락한 127.75달러로 마감했습니다. 한국발 2차전지 강세가 미국으로 옮겨붙어 전날까지 강세행진을 벌이다가 한국의 조정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5일의 상승폭은 한국보다 컸고 이날의 조정폭은 더 작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포스코 ADR 거래 급증
현재 미국증시에는 POSCO홀딩스를 비롯해 11개 한국 기업들의 주식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습니다.<표 참조> 한독과 제넥신이 인수해 나스닥에 상장시킨 레졸루트(RZLT)를 포함할 경우 12개사로 늘어납니다. 1994년 5월 KT를 선두로 그해 10월 포스코와 한국전력공사가 상장했고 2000년대 들어 KB와 신한, 우리금융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들은 국내에 상장된 자사 주식을 담보로 미국에서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해 이걸 상장시키는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해외 증시에 상장할 때 흔히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11개 기업 중 오직 쿠팡(CPNG)만이 한국 증시를 거치지 않고 미국에 직상장한 유일한 기업입니다.
이들이 미국에 주식을 상장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 세계 1위의 자본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죠. 또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를 제고할 목적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 상장한 모든 한국 기업들이 그 뜻을 이룬 것은 아닙니다. 2000년 전후 IT 버블 당시 두루넷, 미래산업, 하나로텔레콤 등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한 기업들이 미국으로 갔다가 오래 못 버티고 상장폐지한 이력이 있으니까요. 당시엔 미국증시에 상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처럼 여겨져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미국 상장 신화는 국내 투자자들의 생각이고, 미국 투자자들은 평상시 우리 기업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래량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특히나 한국 주식을 액면분할한 것처럼, 1주를 몇 주씩 나눠서 상장해 거래 편의성을 높였는데도 거래가 많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ADR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POSCO홀딩스 때문입니다. 한국 증시에서 타오르는 2차전지의 불길이 미국으로 옮겨붙은 것입니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7월 한 달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거래된 POSCO홀딩스의 주가를 살펴보죠. 낮시간 한국에서 주식이 거래된 후에 이날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미국 뉴욕증시에서 PKX 거래가 이뤄집니다. 당연히 이날 한국 증시의 분위기와 해당 종목의 주가가 미국의 PKX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가의 흐름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다만 두 나라 거래소에서의 주가 등락률이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급등한 날 미국에서는 덜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흥분할 때도 있습니다. 환율을 반영해 보면 더 흡사해지지만 그래도 차이는 있습니다.
PKX 한국보다 비싸게 거래?
주가가 급등한 최근 며칠간의 주가 등락을 추적해 보면, 한국 POSCO홀딩스의 급등세를 미국 PKX가 조금 보수적으로 반영한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주가가 16.52% 급등한 24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밤 미국 PKX는 장중 18.64%나 뛰기도 했지만 장후반 상승폭을 크게 줄이면서 시초가도 지키지 못하고 11.83%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결국 24일 한국 POSCO홀딩스와 미국 PKX의 주가는 5% 넘게 벌어진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그런데 하루만에 전세가 역전됩니다. 25일에는 한국 POSCO홀딩스가 2.49% 오르는 데 그친 반면 PKX는 11.57%나 급등했습니다. 이틀간의 주식 거래 결과 PKX가 2% 더 비싸졌습니다. 만약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PKX를 마감가인 118.19달러에 사서 다음날 종가로 매도했다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큰 차익을 거뒀을 겁니다.
또한 26일 한국거래소에서 장중 강한 상승을 되돌리는 반전이 발생한 것에 비해 PKX의 조정폭은 크지 않았던 점도 눈에 띕니다.
이렇게 한-미 양 시장의 가격 차이는 종종 발생합니다. POSCO홀딩스에 국한한 것도 아닙니다. 똑같은 주식이 서로 다른 거래소에서 다른 가격에 거래된다면, 더 싼 곳에서 사다가 더 비싼 곳에서 팔아 차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미국에서 PKX를 매수해서 한국에다 팔 수 있을까요?
이론상으론 가능합니다. 미국에서 매수한 뒤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한국 주식계좌에 입고해달라고 신청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요.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시세차를 이용하는 차익거래는 무위험이 전제돼야 하는데 전산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겠죠.
그 대신 한국 주식계좌와 미국 주식계좌를 함께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양쪽 계좌에 모두 보유한 상태에서 가격 차이가 커졌을 때 A거래소의 비싼 주식을 매도하고 매도한 만큼 B거래소의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입니다.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겁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굳이 한국 놔두고 미국증시에서 이런 ADR을 매수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원달러환율이 우호적인 환경에서는 환차익 목적으로 미국 ADR을 매수하는 것도 좋은 접근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달러환율 상승을 전망할 때 가능한 투자법입니다. 지금처럼 1400원에서 1300원대, 다시 1200원대로 하락하는 기간 중에는 반대로 환차손이 발생하게 됩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5.50%가 됐고 한국과의 금리 역전폭은 2.00%포인트로 커졌으나 그만큼 금리 인하 기대감도 확대돼 원달러환율에 하락 압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지금은 같은 주식도 미국에서보다는 한국에서 매수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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