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시행을 앞둔 가운데 그 실효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육아부담을 줄이는 저출생 해법으로 내놨지만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비스 수요와 질, 국내 가사노동자와의 형평성, 외국인 인권 등 쟁점들도 많습니다.
31일 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 시범사업은 다음달까지 구체적인 계획안을 확정해 하반기 시행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가사서비스 필요성이 높아지는데도 내국인 종사자 규모가 줄고 연령도 고령화돼 수요를 맞출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번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제안한 것을 계기로 논의가 이뤄졌고, E-9(비전문취업) 비자 외국인 고용 허가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가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에서 먼저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서울시와 고용부는 사업 계획안을 가지고 협의 중에 있습니다.
지난 19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정훈 시대정신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체계적 관리가 가능한 일본형 ‘인증기관 고용방식’으로 사업 추진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은 민간 인증기업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가정과 이용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법이 적용돼 최저임금이 보장됩니다.
따라서 이들의 급여는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을 적용하면 월 200만원(주 48시간) 수준으로 일반 가정에서 부담하기 힘든 액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3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고용개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차별 논란을 불렀습니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가사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지금도 최저임금의 적용을 못한다. 다만 노동시장에 의해 형성된 임금이 적어도 최저임금보다는 높다”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되고, 현재 임금이 저하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사근로자법 1년 지났는데…”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한 홍콩·싱가포르·대만·일본 4개국에서 출산율 증가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또 실제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수요와 국내 노동시장 상황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민간서비스 시장에서 외국인을 통한 가사서비스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선호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실질적으로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며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내국인 유입 가능성을 도외시한 채 외국 인력 도입을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가사·돌봄 시장에서 내국 인력이 부족했던 건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이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을 통해 노동환경이 개선되면 내국인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송미령 가사·돌봄유니온 국장은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되고 현장에서는 가사노동이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정부가 이를 장려하지는 못하고, 충분한 수요 조사나 사회적 합의 없이 외국 인력을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게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국·외국인을 떠나서 국내 가사노동 시장 상황을 먼저 살피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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