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한국지엠이 다음달부터 헥터 비자레알 신임 사장 체제에 돌입합니다. 한국지엠은 최근 몇 년간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세로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는데요. 그럼에도 2018년 군산공장에 이어 지난해 부평2공장까지 폐쇄되며 본사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사업 철수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경영정상화를 통한 지속가능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신임 사장.(사진=한국지엠)
31일 업계에 따르면 비자레알 신임 사장은 다음달 1일 한국지엠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합니다. 이번주 한국지엠 생산공장들이 일제히 휴가에 돌입한 만큼 비자레알 사장은 다음주께 직원들과 내부 소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비자레알 사장은 2012년부터 약 3년 동안 한국에서 기획 및 프로그램 관리 부문 부사장을 역임한 만큼 GM 내부에선 한국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힙니다. 생산·수출 확대와 더불어 내수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지엠은 지난 4월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인기를 끌면서 경영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는데요. 여기에 최근 한국지엠 수출 차종 1위인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면서 수출 확대도 기대됩니다.
앞으로 비자레알 사장의 역할은 두 차종의 안정적 생산과 쉐보레, GMC, 캐딜락 등 GM 산하 브랜드 수입 모델의 국내 판매 확대, 흑자기조 유지가 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GM 본사의 한국사업 유지도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앞서 GM은 2018년 4월 산업은행과 향후 10년간 한국에서 사업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한국지엠)
반면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한국지엠 지분 전량 매각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구체적인 매각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막대한 혈세투입에도 한국지엠의 적자가 누적되는 등 재무 상태가 부실화된 데 따른 조치로 보입니다.
산업은행은 2002년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GM대우 지분 29.9%를 보유하게 됐고 현재는 한국지엠 지분의 17.02%를 보유 중입니다.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면 산업은행이라는 방패막이 사라져 GM의 한국시장 철수가 언제든 가능해집니다. 결국 한국지엠 입장에선 4년 내 흑자경영은 물론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하는 것이죠. 2028년 이후에도 GM의 한국사업 유지 여부가 비자레알 사장에게 달린 이유입니다.
관건은 노사관계입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해 9년만의 흑자 달성이라는 성과가 있었던 만큼 역대 최대인 성과급 1800만원과 기본급 18만4900원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사업 지속을 위해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지엠은 2025년까지 총 1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인데 국내 생산 모델은 전무합니다. GM은 2030년까지 북미와 중국 지역 공장 50% 이상에서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추고 2035년에는 100%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방침입니다. GM이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전기차 생산 배정은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국에서의 전기차 생산 여부가 2028년 이후 한국사업 유지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전기차 1종이라도 생산되면 신뢰성을 높이면서 한국지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현재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미 GM은 10여 국가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장을 정리한 기업인만큼 한국지엠이 수출물량으로 버티기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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