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완성차 업계의 여름휴가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임금 및 단체협약에 돌입합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 5사 중
KG모빌리티(003620)를 제외하고 임단협을 매듭 짓지 못한 가운데 임금인상, 정년 연장 등을 놓고 이견이 커 휴가 이후 '하투(夏鬪)'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낸
현대차(005380)·
기아(000270)·한국지엠·르노코리아는 현재 임단협이 진행 중입니다. KG모빌리티는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갑니다.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에서 열린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대회에서 양경수(앞줄 왼쪽 네번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5사 중 KG모빌리티만 2023년 임단협을 최종 마무리 지었습니다. KG모빌리티는 지난 3일 임금 협상 잠정합의안(기본급 5만원 인상, 본인 회갑 1일 특별휴가 신설 등)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56.57%의 찬성률로 가결됐습니다. 이로써 KG모빌리티는 2010년 이후 14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반면 4사는 현재 임단협이 한창 진행 중으로 휴가 전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국내 완성차 노조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9조8198억원, 7조2331억원의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한국지엠은 영업이익 2766억원을 기록해 9년 만에, 르노코리아는 영업이익 1848억원으로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르노코리아는 가장 먼저 잠정합의안(기본급 10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원 등)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인상률에 만족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찬성률 47.4%로 부결됐습니다.
현대차 노사의 교섭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노조는 정년연장(만 60세→64세),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년 연장을 둘러싼 이견이 큰 상황입니다.
여기에 지난달 노조가 쟁의권 확보 없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이 기록이 깨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현대차 노조와 동일한 조건을 내건 기아의 교섭 과정도 순탄치 않습니다. 최대 실적에 맞는 성과급 분배를 요구하는 노조에 사측이 반박하면서 대치 국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흑자 전환을 근거로 성과급 1800만원 지급과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국내 전기차 생산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취임한 헥터 비자레알 신임 사장이 휴가 이후 교섭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노사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국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달 12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는 강성 노조의 이미지가 크다 보니 외국에선 '국내에서 기업하기 어려운 구조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노조가 수용하기 힘든 주장을 계속하게 된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노사협상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량은 11만4894대로 전년동기대비 5.9% 줄었습니다. 내수 판매가 줄어든 건 11개월 만인데요. 업계에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은 물론 발 빠른 전동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노조가 파업으로 발목을 잡는다면 기업들이 입는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내년에도 전기차 출시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지만 노사갈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신차 효과는 반감될 수 있습니다.
르노코리아도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신차 생산에 들어갑니다. 한국지엠은 지난 4월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인기를 끌면서 경영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는데요. 여기에 최근 한국지엠 수출 차종 1위인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면서 수출 확대도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불안과 임금불만이 높아짐에 따라 자동차 산업 현장을 강성 노조 지도부가 장악하면서 노사관계에 험로가 예상된다"며 "전기차 전환 시점에 잦은 노사갈등은 결국 신차 출고 지연을 초래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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