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계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대해 저격 발언을 쏟아냈는데요. 금융감독원은 당국이 마련한 IFRS17 가이드라인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기반한 발언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김용범 부회장의 작심 발언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회사가 어떻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고, '실적 부풀리기'로 단정짓는 것도 옳지 않다"고 지적하며 "각 보험사들은 각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계적 기초 가정을 만들고 결과를 추정하는데 , 타 회사 데이터를 모르는 상황에서 내놓은 발언에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14일
메리츠금융지주(138040) 컨퍼런스콜에서 김 부회장은 IFRS17 도입과 관련해 "여러가지 조잡한 이익 부풀리기 시도가 이어지는 것 같다"며 경쟁사들의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장기 손해율 곡선의 뒤쪽 꺾기, 동일한 수술비 담보에도 시기에 따라 계약을 나누는 일이 있다"며 "수익성이 좋은 최근 상품을 이용해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부풀리고 손실 계약을 흑자 계약과 묶어 손실계약을 지우는 일도 있다"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었습니다.
논란은 이번 뿐이 아닙니다. 김 부회장은 지난 5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새 회계기준(IFRS17) 운영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김 부회장은 당시 "IFRS17에서 예실차와 실손 손해율 가정, 무해지 상품의 해지율 등을 보면 보험사가 미래 이익을 추정하는 가정을 보수적으로 혹은 공격적으로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예실차가 많이 발생할수록 믿을 수 있는 보험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IFRS17에서 예실차는 보험금, 사업비 등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한 금액과 실제로 발생한 현금 유출 규모의 차이를 말하는데요. 차이가 적게 날 수록 정확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에 적용할 IFRS17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었는데요. 공교롭게도 김 부회장이 거론한 실손 손해율 가정 기간과 무·저해지 보험 해약율 가정 등에 대한 기준이 가이드라인에 담기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메리츠금융지주가 금융당국 고위 인사들이 본격 영입되기 시작하면서 입김이 세졌다는 말도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은 올 들어 박흥찬 전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장, 최대현 전 금감원 금융시장안정국 팀장을 영입했고, 메리츠화재는 선욱 전 금융위 행정인사과장과 서수동 전 금감원 보험감독국장을 영입한 바 있습니다.
메리츠화재 등 특정회사에 유리하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 적용과 관련해 새 이슈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당국 가이드라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당혹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IFRS17 적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추가로 만들어질지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우선 이번 발언에 대해 직접적으로 정보 파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사진 = 메리츠금융지주)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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