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역대급 적자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수장 공백 사태가 이르면 이달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차기 사장으로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한전이 당면한 적자와 전기요금 문제 등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3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차기 한전 사장 후보를 낙점할 예정입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 임원추천위원회가 면접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3∼5배수로 추려 기재부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공운위가 심의 후 최종 의결한 후보자를 산업부에 통보하면, 한전 이사회는 주주총회를 열어 후보자 선임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후 산업부 장관의 임명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됩니다.
한전은 지난 5월 19일 정승일 전 사장이 사퇴한 이후 이정복 경영관리부사장이 사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전이 누적 적자 45조원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가 불안한 만큼, 사장 임명 절차가 빠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석달이 넘는 공백 상태를 맞고 있습니다.
차기 한전 수장으로는 호남 출신 정치권 인사인 김동철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김 전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이후 20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지냈습니다.
김동철 전 의원이 한전 사장으로 임명되면 1961년 한전 창립 이후 62년 만에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 탄생하게 됩니다. 통상 한전 사장에는 산업부 관료 출신이 주로 임명돼왔습니다.
김 의원은 에너지 관련 업무를 한 적은 없어 에너지 공기업 업무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에서 소신 있게 한전의 체질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차기 한전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산적한 난제를 해결해야합니다. 현재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올해 수조원대 추가 영업손실이 날 경우 내년 이뤄질 2023년 결산 후 한전채 발행 한도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재무 개선을 비롯해 태양광 사업비리 및 한국에너지공과대 감사 문제 등도 책임져야 합니다.
23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차기 한전 사장 후보를 낙점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한국전력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동철 바른미래당 전 의원(좌). 산업부 장관 후보자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경영혁신을 이끄는 데는 오히려 정치권 인사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한전 내부에서도 외부 인사가 수장으로 오는 데 대한 반감이 크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한전 관계자는 "사장이 누가 오더라도 현재 적자 문제 등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우리는 요금 정책이 최대 관심사다. 요금 정책 현실적으로 바꾸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전문가가 오는 게 좋지만 한편으로는 정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바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더욱이 산업부 장관 후보자까지 임명이 동시에 임박하면서 한전의 위기를 타개할 시너지를 낼지 관심사가 큽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는 국회 청문회를 거쳐 이르면 9월 중순 전 임명돼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전기요금 현실화 외에는 해결책이 묘연하다는 점입니다. 지난해부터 1년여간 전기요금이 40% 가량 올랐지만, 전력 원가를 따라가지 못 하는 이상 인상 효과는 태부족입니다.
최근 국제 유가 등 원재료 값도 다시 오르고 있어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현 적자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해 안에 'kWh당 51원'을 올려야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가와 내년 총선 등을 고려했을 때 요금을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정치권에서는 요금 인상카드를 꺼내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관측입니다.
23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차기 한전 사장 후보를 낙점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전기 계량기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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