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기아(000270)가 다음달 출시하는 레이 EV에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습니다. 낮은 가격이 무기인 경형 전기차인 만큼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를 사용한 것인데요.
2000만원대 초반(보조금 적용시) 가격과 200km가 넘는 주행거리를 확보해 '가성비' 모델로 꼽히면서 일반 소비자는 물론 차박, 소상공인 등 다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아 레이 EV.(사진=기아)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다음달 레이 EV를 출시하고 약 300대를 우선 생산할 계획입니다.
레이 EV는 35.2kWh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복합 205km·도심 233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습니다. 150kW급 급속 충전기로 40분 충전 시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최고출력 64.3kW(약 87ps)와 최대토크 147Nm를 발휘합니다. 가솔린 모델의 최고출력 76ps(약 55.9kW) 및 최대토크 9.7kgf·m(약 95.1Nm)보다 각각 약 15%, 55% 향상돼 더 나은 가속성능과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갖췄습니다.
가격은 4인승 승용의 경우 2775만원부터, 2인승 밴은 2745만원부터, 1인승 밴은 2735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서울시 기준 보조금 혜택은 최대 860만원이 가능한데 레이 EV에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빠져 20만원 보조금(혁신기술보조금)이 제외되고 주행거리도 짧아 700만~750만원 수준의 보조금이 예상됩니다. 보조금을 받을 경우 지자체에 따라 1000만원 후반대에서 2000만원 초반대에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행거리는 2012년 출시됐던 레이 EV가 16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91km 주행이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인데요. 특히 LFP 배터리의 단점인 저온 주행거리도 167km(환경부 기준)로 상온 주행거리의 80%를 확보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의 75%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레이 EV 2인승 밴.(사진=기아)
업계에선 다마스 단종 이후 침체됐던 경상용차 시장에 레이 EV가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1인승 밴은 최대 화물 적재용량이 1628ℓ에 달합니다.
현대차(005380) 포터 일렉트릭(211km)이나 BYD 전기트럭 T4K(246km) 주행거리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내년 현대차 캐스퍼 EV까지 나오게 되면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트럭과 소형 전기차가 대거 국내에 들어온 상황에 레이의 장점인 다양한 공간 활용성이 전기차에선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레이의 내연기관 모델은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 2만5114대로 경차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는데요. 크기는 경차지만 박스카 형태의 넓은 공간 덕에 차박을 원하는 캠핑족이나 물건을 많이 실어야 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인기입니다.
다만 레이 EV가 전기차 시장의 볼륨 모델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저렴하긴 하지만 국내 경차 시장이 작고 경차 규격 문제로 수출도 제한적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모닝, 캐스퍼와 달리 레이는 박스카로서 국내에서 입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다용도로서 큰 의미가 있는 차종"이라며 "이 부분들을 강조해 소비자 입장에서 '살만 하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판매 활성화에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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