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의 승용차 평균 가격이 5200만원에 육박합니다. 제네시스와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급 모델이 다양화된 영향으로 분석되는데요. 국내 타 완성차 업체들과 수입차 브랜드들이 '가성비'를 앞세운 차량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다각화된 경쟁구도로 현대차의 가격대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1일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의 국내 승용차 평균 가격은 5191만원입니다. 지난해 5032만원으로 처음 5000만원을 넘은데 이어 6개월 만에 200만원가량 올랐습니다.
현대차 신차 평균 가격.(그래픽=뉴스토마토)
2021년 4759만원 보다 9.1% 올랐고 2020년 4182만원과 비교하면 24.1% 올랐습니다. SUV를 포함한 레저용차량(RV) 평균 가격도 2020년 4238만원에서 4686만원으로 10.6% 상승했습니다.
기아(000270) 역시 주력 차종인 RV의 상반기 평균 가격은 4689만원으로 2020년 대비 29.3% 올랐습니다.
현대차의 평균 판매가격 상승은 제네시스, 전기차, RV 등 고수익 차량 판매 확대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모델이 다양화되며 전체 승용, RV 평균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네시스는 세단, SUV, 전기차 등 총 10종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기존 연식변경 모델에 신차가 출시되면서 전체적인 차값 인상을 견인하고 있는데요. 지난 3월 출시된 2023 G90은 일반 모델 기준 9445만원으로 2022년형 8957만원 보다 500만원가량 올랐습니다. 또 최근 출시된 신형 싼타페의 경우 가솔린 2.5 터보 모델은 기존 대비 최대 366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492만원 올랐습니다.
전기차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데요. 코나 일렉트릭은 4452만원으로 내연기관 모델 2486만원 대비 2000만원가량 차이가 납니다.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각각 5005만원, 520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제네시스 G90.(사진=제네시스)
결국 차량 고급화와 전동화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2~3년 새 차값은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식변경, 부분변경을 통해 기존 옵션으로만 선택할 수 있었던 일부 고급 편의사양이 트림별로 기본 적용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의 가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자동차 1위 현대차의 차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경쟁업체로의 고객 이탈도 우려됩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100% 보조금 지급 대상인 5700만원 이하 차량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산 모델Y를 5699만원으로 낮춰 출시했습니다. 기존 미국산 모델Y 대비 2000만원 이상 저렴해졌습니다.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어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는 아이오닉5와 6, EV6 등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한국지엠)
폭스바겐도 최근 2023년형 ID.4 출고를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5690만원입니다.
KG모빌리티(003620)는 오는 11월 토레스 EVX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4850만원부터 판매돼 보조금 받을 경우 지역에 따라 3000만원대에도 살 수 있을 전망입니다.
내연기관에선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2000만원대 가격에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춘 가성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총 4가지 트림 중 가장 저렴한 LS 가격은 2068만원이며 제일 비싼 RS의 경우도 2760만원에 그칩니다. 지난 4월 출시돼 석 달 만에 1만대 가까이 팔렸습니다.
완성차업계는 전동화 전환과 고급 대형화로 현대차의 판매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과 리튬 가격이 최근 하락하면서 상승세는 예전보다 덜할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서 차량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기차 가격에서 40%를 차지하는 배터리가 얼마만큼 가격이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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