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자율운항선박 시장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할 목적입니다.
HD현대(267250)그룹 내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사실상 자율운항선 기술 최고 단계인 완전자율운항 기술력을 갖춘 상황이며,
삼성중공업(010140)과
한화오션(042660) 역시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입니다.
이같이 국내 자율운항 기술력은 높은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국제해사기구(IMO) 기준으로는 중간 단계에 머물어 있습니다. 현행법상 일정 정원의 선원없이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조선사들이 가진 기술력을 실제로 증명하기 위한 관련 법적 근거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아비커스는 현재 대형 상선용과 소형 레저보트용 자율운항솔루션 기술을 분류해 글로벌 자율운항선 시장을 선점할 계획입니다. 아비커스는 세계 최초로 대형 상선의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했습니다. 아비커스는 중견선사인 SK해운과 장금상선에 대형선박의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2.0'을 수주한 겁니다. 하이나스 2.0은 딥러닝 기반의 상황 인지와 판단을 통해 선박 스스로가 속도제어와 충돌회피 등 돌발상황을 대처할 수 있습니다.
아비커스는 소형 레저보트 자율운항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 보트 쇼 '포트로더데일'에 참가해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2단계 솔루션 '뉴보트(NeuBoat)'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뉴보트는 자율 항해(NAS)와 자율 이·접안(DAS) 기능을 포함해 일몰 지점을 추천해주는 등 보트 이용자들에게 높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현재 글로벌 보트 전장업체 '레이마린(Raymarine)'과 함께 뉴보트 상용화를 준비중입니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시스템이 탑재된 레저용 보트. (사진=HD현대)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독자 개발한 원격 자율운항 시스템 'SAS'과 스마트십 시스템(SVESSEL)을 1만5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에 탑재하고, 약 1500km를 운항하며 자율운항기술 실증을 마쳤습니다. 경쟁사 대비 늦게 자율운항선 연구개발(R&D)에 들어간 한화오션도 오는 2030년까지 최고단계 기술 수준인 완전자율운항 기술 확보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가 개발한 기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이라는 관측입니다. IMO는 자율운항 기술을 4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항해를 보조해주는 1, 2단계와 미승선 원격제어가 가능한 3단계, 완전 무인운항의 4단계입니다.
이 기준에서 국내 조선사들은 현재 2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선원의 승선없이 선박을 운항할 법적인 근거가 없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겁니다. 국회가 지난해 11월 '자율운항 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을 발의했지만, 지금까지 추가적인 논의없이 법안이 계류중인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와 기술 선점을 위해서는 실증, 시범운항 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선행 되어야 한다"며 "법적 책임 규정이나 관련 보험 마련 등 제도적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화오션 시흥 R&D캠퍼스 자율운항선 관제센터. (사진=한화오션)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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