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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화(000880)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자 승계 구도의 핵심인 한화에너지가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행보에 나섰다. 1조원대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성공시키고 단기차입금을 장기회사채로 차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대기업 중복상장' 비판 여론이 한화에너지 상장에 핵심 리스크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화에너지가 이 같은 논란에도 무사히 IPO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한화)
IPO 앞두고 재무체력 강화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말부터 IPO를 위한 밑작업에 돌입했다. 시작은 1조 1000억원 규모의 프리IPO다.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452260) 부사장은 한화에너지 보유 지분 20%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투자자(FI)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이 거래는 단순한 구주 매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너 일가는 이를 통해 거액의 증여세 재원을 확보했고, FI 입장에서는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를 약 5조 5000억원 수준으로 인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향후 IPO 과정에서 공모가를 산정할 때 강력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회사는 IPO를 앞두고 내부 재무구조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며 단기차입금을 장기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차환 대상이 된 자금은 만기가 불과 2개월 남은 기업어음(CP)이었다. 상장을 앞두고 단기유동성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해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실제 재무지표도 개선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3분기 한화에너지의 부채비율은 109.5%로 2023년 말(137.3%) 대비 27.8%포인트 감소했다. ㈜한화 지분법 이익과
한화엔진(082740) 연결 편입 효과 등으로 자기자본이 확충된 결과다.
IPO 사전 작업 중 암초된 '중복상장' 논란
하지만 한화에너지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은 내부지표가 아닌 ‘여론’과 ‘제도’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대기업의 중복상장을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복상장 논란의 핵심은 ‘가치 중복 산정’이다. 한화에너지는 사실상 지주회사인 ㈜한화의 지분 22.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만약 한화에너지가 상장된다면, 시장에서는 ㈜한화의 가치와 한화에너지의 가치가 동시에 상장되는 격이 된다. 이 경우 자회사의 가치가 지주사에 반영되지 않는 ‘지주사 할인’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공모 신주 우선 배정 등 주주 보호 대책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한화에너지에는 부담이다.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한화에너지가 꺼내 든 카드는 '사업 지주사'로서의 정체성이다. 한화에너지는 단순히 지분만 보유한 회사가 아니라 집단에너지와 태양광 프로젝트, 가스터빈 및 엔진 등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에너지의 사업구조는 매우 견고하다. 여수와 군산 산업단지 내 독점적 지위를 가진 집단에너지 사업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엔진과 한화파워시스템을 통해 선박 엔진 및 가스터빈 유지보수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한 1061억원을 기록한 것도 이러한 사업다각화의 결과다.
특히 태양광부문은 실적 변동성이 크지만, 미국 내 11.8GW 규모의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상장 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핵심 동력이다. 한화에너지는 자신들이 단순한 지주사가 아니라 성장을 담보한 ‘에너지 전문기업’이라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중복상장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한화에너지 IPO의 성공 여부는 '시장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미 ㈜한화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며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치 훼손 우려를 일축했다. 최대주주 간 지분 정리나 추가적인 금융 부문 분할 계획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 IPO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과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003540) 등은 상장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가시적인 대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중복상장 논란은 상장 심사 과정에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이에 <IB토마토>는 한화에너지 측에 상장 심사 통과와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해 공모주 우선 배정이나 상장 후 배당 정책, 자사주 소각 등 검토 중인 구체적인 주주 환원 로드맵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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