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올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전년보다 크게 줄었지만 직장인들의 근로소득세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줄고 있지만 유리지갑인 직장인의 세금은 오히려 증가한 것입니다.
특히 치솟는 국제유가와 장바구니 널뛰기 현상, 공공요금 인상까지 '물가 안정'을 공언한 정부의 입김이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월별 세목별 세수 현황'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누적 근로소득세는 37조원으로 1년 새 1000억원 증가했습니다. 근로소득세는 7월에만 5조8000억원이 걷혔습니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말 근로소득세는 지난해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게 고 의원 측의 설명입니다.
반면 법인세는 전년 동기보다 17조1000억원(26.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법인세 신고분은 전년보다 19조1000억원(36.3%) 줄었습니다.
양도소득세의 감소도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1~7월 누적 수치와 비교해보면 11조100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53.6% 줄어든 수치입니다.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 등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는 1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4000억원 감소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소득은 대개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가 되는 데 비해 법인세 등은 경기의 영향을 받아 증감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근로소득세는 2016년 30조원을 넘어선 이후 6년만인 지난해 6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또 근로소득세의 비중도 다른 세목보다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2%에서 지난해 15.3%까지 올랐습니다.
내년 국세수입 중 근로소득세는 올해 예산대비 1조5000억원 늘어난 62조100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근로·자녀장려금 3조5000억원을 더하면 실제 근로소득세는 6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에 따라 근로소득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8%까지 증가합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월별 세목별 세수 현황'자료를 보면 7월까지 43조4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은 세목별 누적세수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경기 둔화와 부자 감세정책 등으로 직장인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만 증가하는 사이 근로자 실질임금은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근로자 실질임금은 지난해 하반기 1.4% 감소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넉달째 감소세를 기록한 상황입니다.
지난 1~6월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8000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61만3000원보다 1.5%(5만5000원) 줄었습니다.
폭염과 호우 등의 영향으로 추석을 앞두고 크게 오르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도 불안 요인입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공주 산성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톤 성수품 공급과 670억원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을 통해 추석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유가도 연중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이날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1.4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유가정보 공시 시스템인 오피넷 집계를 보면 전국 보통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1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름값 추가 상승과 4분기 전기요금 인상여부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물가 상승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세수 펑크가 대규모로 발생했다고 하는데, 추계부터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추석 전까지 물가를 잡겠다고 했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월별 세목별 세수 현황'자료를 보면 7월까지 43조4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모란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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