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연설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 당시 연설하는 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핵무력정책을 헌법화한 북한이 비핵화 협상은 불가하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하고 나섰습니다. 사실상 선제공격 감행을 시사한 것으로 한반도 내 신냉전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우게 됐습니다.
핵무력 '헌법'에 못 박은 북…짙어진 신냉전 그림자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북한 원자력공업성 대변인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내고 "무력건설에 관한 국가활동원칙이 공화국의 최고법인 사회주의헌법에 명기됨으로써 우리의 핵보유국지위는 불가역적인 것으로 됐으며 이는 그 누가 부정한다고 해 달리 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우리로 치면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핵무력 정책을 헌법으로 명시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 겁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담화에서 "제국주의자들의 폭제의 핵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핵보유국의 현 지위를 절대로 변경시켜서도, 양보하여서도 안 된다"며 "핵 무력을 지속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과 정부가 내린 엄정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한 지 1년 만에 이를 국가최고법인 헌법에까지 넣으며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알렸습니다. 국제사회 제재 부담을 안고서라도 스스로에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핵 무력정책이 영구함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방미를 수행 중인 박진(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약식 회의를 갖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사진)
이에 대해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법령으로 정한데 이어 '우리는 핵 보유국'이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더 굳게 알리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며 "지난번 김여정 발언에서 드러났듯이 이미 북한은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화되는 '반미 연대'…핵심은 중국
북한이 선제공격 감행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자 한미일 3국은 한데 모여 강력 반발했습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성 김 미국 대북 특별대표,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북핵수석대표 등 3국 수석대표는 지난달 28일 3자 유선협의를 갖고 "핵 야욕을 더욱 노골화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한미일은 앞으로 더 촘촘히 북한 옥죄기에 들어간다는 방침입니다. 3국 수석대표는 북한이 위협과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억지·단념·외교의 총체적(3D) 접근을 강화해서 북한이 비핵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앞으로 북한의 소위 '정찰위성' 재발사 예고 등 추가 도발 가능성과 북러 고위급 교류·무기 거래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련 대응에 있어 계속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습니다.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일이 적극 움직이면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 등을 통해 '반미연대 강화'라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미국 등 국제사회 제재로 인해 북한에까지 손을 내밀었던 러시아가 추가로 움직이며 북한과 군사적 합의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한반도 내 심각한 긴장 상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국제포럼 참석 요청을 수락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회담이 성사되면 양 정상은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됩니다. 푸틴으로서는 북한에 이어 북러 군사교류에는 선을 긋고 있는 중국까지 끌어안아 더 끈끈한 반미연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외에도 앞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 대치 국면에 걸쳐 있는 정상들 간 회담이 줄지어 예상되며 신냉전 구도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이 핵심 키워드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매개 삼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만나며 이 같은 설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여기에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7월 이후 끊겼던 시 주석 방한이 내년초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에게 방한을 공식 요청했을 때만 해도 미온적이었던 중국의 스탠스가 살짝 바뀐 겁니다. 올해 12월에는 시 주석 방한의 바로미터가 될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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