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은 STX팬오션의 계약대상 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선박을 개발함으로써 운송 계약 경쟁에서 STX팬오션이 조선사가 없는 경쟁업체들을 제칠 수 있게 해줬다.
동시에 STX팬오션은 STX조선해양의 신(新) 선박 건조에 대한 도전을 이끌어냄으로써 시장에서 STX조선해양의 선박 수주 경쟁력을 한단계 높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상부상조'로 대형 운송계약 잇단 수주
STX팬오션은 지난달 세계 최대 펄프 생산업체인 브라질의 피브리아社와 5조5000억원 규모의 전용선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STX팬오션은 2012년부터 25년동안 피브리아가 전 세계로 수출하는 펄프 물량 전부를 수송하게 된다.
이 계약을 STX팬오션이 따낼 수 있었던 데는 STX조선해양이 지닌 오픈해치 벌크선의 제작능력 가능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오픈해치 벌크선은 일반 벌크선과 달리 대형 덮개와 사각형의 화물창을 갖춘 다목적화물선으로 펄프나 롤페이퍼, 코일, 파이프 등 다양한 종류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과거 펄프 운송시장에 진출하고 싶어도 오픈해치 벌크선의 투입 없이는 운송계약을 맺기가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하지만 최근 피브리아와의 계약에서는 우리와 계열화돼있는 STX조선해양의 오픈해치 벌크선 건조 의지가 강하게 어필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STX팬오션이 브라질의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인 발레사와 7조원 규모의 장기 운송계약을 성공한 일도 역시 STX조선해양과의 협업이 있어서 가능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초대형 벌크선인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이 18만톤급인데 반해 발레사의 철광석 운송에 투입되는 벌크선은 그 두배가 넘는 무려 40만톤급"이라며 "발레사도 다른 선사와 계약을 접고 우리와 계약하는 만큼 우리가 초대형선박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Capacity)을 갖춘 선사인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STX조선해양이 없었다면 계약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업계 "수직계열화 통한 시너지 효과 톡톡"
업계는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의 행보에 대해 STX가 지니고 있는 수직계열화를 통해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조선담당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업계에서는 국가 전략 화물의 수송에 있어 선사의 경영 상태와 이행 실적은 물론 안정적인 장기계약 수행을 위한 선박의 투입이 가능한 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TX팬오션의 장기계약 성공은 해외업체들이 STX그룹의 해운-조선-기계로 이어지는 '토털 솔루션'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홍경진 STX조선해양 사장은 "STX팬오션의 계약성사를 위해 STX조선해양이 화주의 화물 특성에 맞는 선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토털 솔루션의 시너지 효과를 확인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고, 또 STX그룹은 앞으로도 이같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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