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및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사실상 허용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외식업계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업계 입장에서는 경영 부담이 경감돼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손님들과의 마찰이 잦아지면서 난처함을 토로하는 사례도 한층 늘었는데요.
환경 문제가 대계 아래 수립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환경 정책이 손바닥 뒤집히듯 전환되는 자체가 이 같은 사태를 촉발했다는 지적입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7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 기간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늦추고, 종이컵은 금지 대상 품목에서 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14만여 가맹사업자들이 속해 있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경우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협회 관계자는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빨대, 드링킹 리드 등 각종 대체품 개발·도입 시 2~4배의 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효과성 또한 아직 확실하게 검증됐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종이컵이나 머그컵으로 대체 시 피크 타임 때 세척을 위한 추가 인력 확보 부담, 고객 불만으로 인한 분쟁 발생 등 가맹점 현장의 부담도 매우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소상공인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관심을 가져준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 대상으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을 포함하고 계도 기간을 운영한 바 있는데요.
문제는 이 같은 조치를 정부가 1년 만에 번복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이 두 품목의 사용을 가장 막기 어려웠다"며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현안에 있어 환경 문제는 장기적 청사진을 세우고 지속가능한 범위 내의 해결책이 모색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책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어 아쉽다. 자칫 대중에게 전반적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해도 된다는 시그널을 줄 우려가 있다"며 "게다가 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은 어떠한 방향으로든 '탈 플라스틱'을 외치며 일회용품을 줄여나가는 추세에 있다. 국제적 환경 트렌드에도 역행하는 조치"라고 꼬집었습니다.
외식업계 현장에서도 혼선이 가중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소상공인에만 적용되고, 스타벅스,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식품 업체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가 일회용품 사용 자제와 관련해 환경부와 함께 자발적 협약을 맺은 상태"라며 "환경 보호를 위한 취지다. 기존과 달라지는 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장인인 유모씨(37·여)는 "정부 발표를 보고 대형 커피 업체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주문했는데 직원으로부터 '사용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어 황당했다"며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점포를 구별해가며 일회용품 사용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나와 같이 손님과 점포 간 충돌 사례가 꽤 많이 발생할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소상공인과 대형 프랜차이즈를 가르는 차별적 정책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대기업일지 모르지만 이에 소속된 점주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소상공인"이라며 "환경을 위한 정책에 대형 업체 점주는 따라야 하지만, 소상공인은 동참하지 않아도 되는 기묘한 상황이다.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근시안적 발상의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직원이 유리잔에 커피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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