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이후 논술 학원 시장이 예년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번 수능의 난이도가 어려웠던 만큼 수시 모집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정시까지 가지 않고 수시에서 합격하고자 논술 시험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잘 받기 위해 학원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계에서는 사교육 경감 방침을 내세웠던 정부가 대학별 고사 사교육 시장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매년 하는 '논술 파이널 특강', 예년 비해 빠르게 마감"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 직후부터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 학원들의 논술 강의·특강 신청자가 급속히 늘어났습니다. 수능 이후 치러지는 대학별 고사 논술 시험에 대비해 이때 논술 강의·특강을 신청하는 수험생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예년에 비해 그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게 학원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매년 진행하는 '논술 파이널 특강'이 이전과 비교해 빠르게 마감됐다"며 "특강과 관련한 문의도 예년보다 훨씬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형 입시학원들의 '논술 파이널 특강'은 3~4시간 동안 진행되는 한 회 강의 수업 비용이 대체적으로 10만원 안팎입니다. 소수 정예로 운영하는 곳은 한 회 수업료가 30만원을 넘기기도 합니다. 보통 수험생들이 강의를 여러 차례 듣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논술 강의·특강 수강생이 예년보다 많아진 이유는 올해 수능이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도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로 출제돼 대입 정시 모집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으로 분석됩니다. 수시 모집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어떻게든 정시까지 가지 않고 승부를 보고자 대학별 고사 논술 시험 등에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 모집의 경우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상향 지원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수능이 워낙 어려웠던 만큼 정시에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커서 수시 합격을 위해 예년보다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에 좀 더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이후 논술 학원 시장이 예년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논술고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정부의 사교육 경감 정책 효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나와
실제 일부 대학의 대학별 고사 응시율이 전년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강대 논술고사 응시율은 55.5%로 지난해 대비 3.6%p 올랐고, 건국대도 작년보다 3%p 상승한 57.3%를 기록했습니다. 동국대의 대학별 고사 응시율은 53.3%로 전년과 비교해 4.2%p 올랐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의 사교육 경감 정책이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올해 3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7%나 증가한 25만6089원으로 조사됐습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소장은 "논술고사는 당연히 사교육이 유발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면서 "현 정부가 진정으로 사교육을 경감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대학별 고사 사교육 시장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이후 논술 학원 시장이 예년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논술고사를 치기 위해 학교를 찾은 수험생들이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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