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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5일 18: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계가 그동안 미뤄왔던 새 회계기준(IFRS17·IFRS9)을 도입했지만 아직 과도기적 단계로 수익성이나 자본적정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따르고 있다. 회계 가정에서도 여러 조정이 있었던 만큼 내년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러 변수들이 여전히 존재함에 따라 특정 부분에서는 향후 전망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IB토마토>는 이를 핵심 포인트 중심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금리상승과 자본확충 효과에 힘입어 신 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자본력이 부족한 일부 보험사들은 적극적인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비율을 개선했다. 그럼에도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기본적으로 '경과조치' 혜택을 받고 있어서다. 해당 효과는 기간이 경과하면서 점진적으로 소멸된다. 내년 금리하락과 경제적 가정 변경이 예고돼 있다는 점도 자본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K-ICS 안정화 가운데 일부 보험사 부진…내년부터 '경과조치' 효과도 줄어
5일 보험·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보험사들의 K-ICS 비율(경과조치 후 기준)은 200% 내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K-ICS는 각종 위험액을 기존 RBC 체계보다 더욱 세밀하게 산정하는 만큼 하방 압력이 크지만 금융당국 규제 범위인 100%를 크게 웃돌면서 안정된 상태를 유지 중이다.
올 상반기 보험업계의 K-ICS 비율 평균은 생명보험사가 224.3%, 손해보험사가 222.7%로 나타난다. 보험사 전체에 대한 수치는 223.6%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K-ICS 비율이 1분기 대비 2분기 개선되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K-ICS 비율은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으로 산출하는데, 계산식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이 회계기준 변경으로 크게 불어났다. 분자인 가용자본도 금리상승에 따른 보험부채 감소 효과로 규모가 늘었지만, K-ICS 비율을 맞추기 위한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은 기존보다 커졌다.
가용자본 확대를 위해 보험업계에서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등 자본성증권을 지속적으로 발행했다. 특히 K-ICS 비율이 부진한 보험사인 △푸본현대생명(신종자본증권 600억원, 후순위채권 1780억원) △KDB생명(신종자본증권 2160억원, 후순위채권 2100억원) △IBK연금보험(후순위채 2000억원) △ABL생명(후순위채 1300억원) 등이 자본확충에 적극 나섰다.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MG손해보험의 K-ICS 수치(경과조치 전 62.1%, 후 79.6%)가 금융당국 권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그럼에도 대주주의 자본확충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비율이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들 보험사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자본확충과 K-ICS 비율 관리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수치를 개선하긴 했지만 이는 경과조치가 적용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효과를 제외하면 ABL생명 외 다른 보험사는 K-ICS 비율이 여전히 100%를 넘지 못한다.
경과조치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가용자본 감소나 요구자본 증가 위험을 최대 10년간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마련한 연착륙 조치다. 위에서 언급했던 보험사들은 모두 경과조치를 신청했으며 리스크 완화 효과를 받고 있다.
내년부터는 해당 효과를 100% 온전히 가져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신용평가 업계에 의하면 경과조치는 그 기간이 점차 지나면서 적용비율이 변경된다. 결과적으로 가용자본이 감소하고 위험액은 증가하게 된다. 효과가 점진적으로 소멸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전략도 필요한 셈이다. 자본비율 유지를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자본 확충이나 이익 확대가 요구된다.
금리하락 시점에 예의주시…보험부채 할인율 조정도 주목
보험사 K-ICS 비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제도 변경과 시장금리가 있다. 먼저 제도적 측면에서 내년 3월부터는 K-ICS 요구자본에 기초가정리스크가 추가된다. 이는 예실차(예상과 실제의 차이)와 연관되는 항목으로 지급금 예실차 위험액과 사업비 예실차 위험액을 합산해 산출한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034950) 책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낙관적 가정을 활용해 보험부채를 평가한 보험사의 경우 보험계약마진(CSM) 축소와 요구자본 증가로 K-IC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시장금리의 경우 K-ICS 비율은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로 평가해 산출하는 만큼 기존 RBC보다는 금리 민감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가용자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전히 시장금리 변동과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자본 가치의 변화가 꼽힌다.
금리가 하락하게 될 경우 K-ICS에서는 자산과 부채의 가치가 모두 증가하는데, 국내 보험사 대부분은 부채의 듀레이션(금리민감도)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대개 금리하락이 자본 감소와 K-ICS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올해 회계제도 변경과 함께 금리상승으로 K-ICS 비율이 올랐던 상황과는 반대되는 셈이다. 내년 금리하락 시점에서는 K-ICS 비율 안정성 제고를 위해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중요성이 현재보다 더욱 커지게 된다.
이외에도 경제적 가정 변경이 자본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점진적으로 시행되는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를 뜻한다. 장기선도금리(LTFR) 하향 조정과 최종관찰만기(LLP) 확장, 유동성 프리미엄 축소 등에 관한 것으로 내년에는 장기선도금리와 유동성 프리미엄 부문이 먼저 조정된다.
할인율이 떨어지면 보험부채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자기자본 비율에는 부정적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보험부채 만기가 길게 형성된 생명보험사의 K-ICS 비율이 10% 내외 수준에서 떨어지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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