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강제징용 재상고심 판결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재판거래'·'사법농단'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한일 과거사 관련 시민단체들은 "조 후보자는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시절 외교부 2차관으로 재임하던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등 법원 인사들을 만나 '참고인 의견서' 내용 등을 포함한 강제동원 재판 관련 사항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이후 외교부는 대법원 참고인 의견서에 "피해자들이 한국 내 일본 기업들의 재산을 압류할 경우 양국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를 놓고 강제징용 재판 판결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재판거래'와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재판거래와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서 (조 후보자가)적극적 역할을 했다"며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도 "재판 증언에 따르면 2015년 11월 당시 일본 전범기업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김앤장 고문이자 강제징용사건의 대응팀으로 활동하고 있던 유명환 전 장관을 만났다"며 "이 분을 만나서 오히려 역으로 설득된 거 아니냐. 아무런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고 꼬집었습니다. 김홍걸 의원도 "가해자인 일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공작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조 후보자는 '재판거래'에 대한 야당의 지적에 대해 "사법농단으로 정의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법원행정처도 외교부가 하는 고민을 공유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당 의원들도 "재판 거래라고 할 만한 행위는 없었다"고 일제히 비호했습니다.
하지만 한일 과거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모여 발족한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은 국회에서 김상희 의원을 통해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뻔뻔스럽게 어디서 또다시 장관으로 오느냐"며 "윤 대통령의 조 후보자 지명은 일본을 향한 메시지이며, 조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를 대변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