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유럽연햡(EU)의 인공지능(AI) 규제 법안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전망입니다. EU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국도 AI 부작용을 우려하며 유사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를 AI 도입 원년으로 삼고 모든 제품의 AI화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관련 국제표준 인증을 획득하고, 보안 솔루션을 강화하는 등 발빠른 대처에 나섰습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말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AI 기술 규제 법안(EU AI법)에 최종 합의, 이르면 내년 초 시행할 예정입니다. 적용 대상은 EU 내에서 AI 시스템을 출시 또는 서비스하는 사업자 및 활용자로, 기술 위험도에 따라 4가지 등급으로 분류해 규제를 차등 적용합니다. AI 기술의 안전하고 윤리적인 사용 보장을 위한 조치로, 올 상반기 내 공식 채택돼 관보에 게제될 전망입니다.
EU AI법은 정치·종교적 신념, 성적 취향 또는 인종과 같은 민감한 특성을 사용하는 생체 인식 분류 시스템을 금지했습니다. 다만 납치와 테러 등 특정 범죄와 관련해 신원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얼굴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이나 CCTV 영상에서 얼굴 이미지를 무단 스크랩을 하는 행위도 고위험 AI 기술로 규정합니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8일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를 주제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AI 기술은 앞으로 환경과 보건, 공공 정책, 금융·농업 등 분야에 다양한 경제·사회적 혜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과 사적 데이터 및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EU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AI 국제 거버넌스 논의가 이뤄지고, 자국 내 AI 규제법 도입을 위한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AI 권리장전 청사진'을 발표하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에 대한 행정명령'도 채택해 AI의 잠재적 위험 예방을 위한 포괄 규제 조치를 마련했습니다. 같은 달 일본도 첨단 생성형 AI 개발 조직에 대한 이행 원칙과 행동 규범을 완성했습니다. 중국은 이보다 앞선 7월 국가 안보와 사회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한국표준협회에서 진행된 인증 수여식에서 오세기 LG전자 H&A연구센터장(오른쪽)과 강명수 한국표준협회 회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글로벌 AI 규제 마련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보안 우려 해소에 나섰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술 제공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보안 플랫폼 '녹스'와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통해 프라이버시, 개인정보 등을 엄격히 보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자체 데이터 보안시스템인 '쉴드'를 고객 데이터 수집·저장·활용 등 전 과정에 적용해 모든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책임 있는 AI 기술 활용'을 목표로 한 국제표준 인증 절차도 밟았습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지난해 6월, LG전자 H&A사업본부는 올해 1월 한국표준협회로부터 'AI 경영시스템(ISO/IEC 42001)' 인증서를 획득했습니다. 해당 인증은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공동 제정한 AI 경영체계 전반에 관한 국제표준입니다. AI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사용하는 조직이 AI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기획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책임감 있게 AI를 활용하고 있는지를 중점 평가합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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