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팬덤⑤)굿즈 불만 '급증'…손놓은 관계부처
소비자 불만 큰 포카…소비자원, 상품 정보 제공 권고 그쳐
랜덤 포카, 확률형 아이템 유사…공정위 "랜덤박스 특성"
손 놓은 관계부처…4년새 소비자 불만 143% 증가
2024-02-02 06:00:00 2024-02-02 06: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아티스트 굿즈 관련 소비자 불만은 급증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과 유사한 아티스트의 랜덤 굿즈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제재 수위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그치고 있습니다.
 
게임 뽑기는 규제…랜덤 포카는 제재 없어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제도, 소액사기 전담수사 인력 지정 및 동의 의결제 도입을 포함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확률형 아이템, 소위 말하는 '뽑기'에 대한 민원이 잇따라 제기된 영향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뽑기와 유사한 랜덤 포토카드 등 아티스트의 랜덤형 굿즈에 대한 제재는 전무한데요. 
 
업계 관계자는 "앨범 안에 포함된 랜덤 포토카드를 모두 수집하기 위해 적게는 수십 장에서, 많게는 수백 장의 앨범을 구매해야 하기에 확률형 아이템과 유사하지만, 랜덤 포토카드에 대한 이미지 정보나 랜덤 카드 확률도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써클차트 기준 지난해(1~50주차) 앨범 판매량이 1억1151만2375장으로 2022년(7711만장) 대비 49% 증가할 만큼 시장이 커졌습니다. 이에 하이브(352820), JYP Ent.(035900), 에스엠(041510),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를 비롯 여러 기획사는 앨범, 응원봉, 포토카드를 비롯해 팬덤을 겨냥한 굿즈 상품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소비자 불만 가장 큰 포카, 소비자원 '권고' 조치 
 
음반과 함께 랜덤 지급되는 포토카드는 정확한 이미지를 공개하지 않고 종류와 수량 등의 정보만을 공개해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높은 품목입니다. 
 
앨범을 구매한 시민이 포토카드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팬덤 마케팅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 124명 중 '포토카드·포스터'가 9.6%(48명)로 가장 높았습니다. 뒤를 이어 응원도구(응원봉·슬로건) 6.8%(34명), 음반 7.6%(38명) 순이었습니다. 
 
소비자 불만 품목도 '포토카드·포스터'가 응답자 500명 중 23%(20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음반·DVD 13.7%(124건), 멤버십·팬클럽 회원권 9%(81건) 순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단체인 한국소비자원은 포토카드에 대한 정보제공 강화, 이미지 등 굿즈 상품 정보를 명확하게 제공해 판매할 것을 권고했는데요. 한국소비자원은 "굿즈 중 랜덤 포카 같은 경우 정보 고시에 대한 명확한 항목이 있지 않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법을 명확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정보 제공을 해야한다고 권고를 한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권고의 경우 법령 규정에 의거해 권고하지만 일반적으로 법령상의 근거 없이 행해집니다. 한국소비자원은 "강력한 시정 명령을 할 수 없고 강제력이 없는 권고를 할 수 있는 게 전부다"고 덧붙였습니다. 
 
굿즈 방관 4년, 소비자 불만 143% 증가 
 
소비자는 랜덤 포토카드의 구성 이미지를 전부 확인하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앨범 안에 동일 사진의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지 못한 채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랜덤 포토카드가 몇 종이라는 고지만 보고 모든 구성 포토카드를 손에 넣기 위해서 같은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거나 중고거래 어플 등에서 웃돈을 주고 구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음반 3가지 타입으로 45장을 구입하고 69만7500원을 결제했지만 1개 음반에 포함된 사진 15중 10장이 동일한 사진으로 구성된 피해 사례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내 핫트랙스를 찾은 시민이 음반을 고르는 모습.(사진=뉴시스)
 
하지만 관계부처는 굿즈 상품만 상품 고지를 하도록 한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커피브랜드에서 진행하는 랜덤 박스, 아이들이 구매하는 캐릭터 카드, 띠부띠부실(탈부착이 쉬운 비닐 종류의 스티커) 등의 경우 대략적으로 무엇이 나오는지 고지해도 전체 품목, 확률을 표기하지 않는 랜덤 박스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게임 확률 아이템의 경우 실물이 존재하지 않지만 실제 1년에 몇억을 쓰는 소비자가 있을 만큼 사행성이 큰데 자율 규제로 고지하도록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랜덤 박스나 랜덤 굿즈의 경우 실물이 존재하고 사행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게임 확률 아이템과 다르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관계 부처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팬덤 마케팅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습니다. 4년간(2019~2022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팬덤 마케팅 관련 소비자 불만은 총 903건입니다. 2019년 123건인 소비자 불만이 2020년(180건) 46.3% 늘었습니다. 2021년은 301건으로 전년 대비 67.2% 증가했습니다. 2022년은 299건으로 전년보다 0.7% 줄었지만 4년새 소비자 불만이 143% 증가한 겁니다. 
 
팬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가수를 응원하고 있다.(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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