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③)"저출산 미래 대응책 '유보통합'…예산 추가 절실"
<국책연구기관장에게 듣는다 ③탄-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
'유보통합' 국회 넘었지만…과제 여전히 '산적'
"과감한 '행정개혁' 필요"…교육 불평등 해소
교원 기준 정립 '관건'…"유치원 교사와 소통 선행"
"예산 더 확보할 수 있는 방법 검토해야"
2024-02-13 06:00:00 2024-02-13 06:00:00
새해 '완전한 경제 회복'의 염원과 달리 더욱 복합적인 리스크로 한국경제호의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심화와 내수 침체, 저출산·고령화 가속화, 유가·물가·고용 불안 요인까지 대내외 충격파로 인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 우려가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더욱 복잡 미묘해지는 리스크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뉴스토마토>가 국책연구원장들의 통찰력 있는 진단과 고견을 들어보는 신년인터뷰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 ④탄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세 번째 순서로 우리나라의 미래인구인 영유아의 국가인적 자원 육성을 위해 육아정책연구를 수행하는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의 제언을 들어봤습니다.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인구절벽의 시대를 맞아 사라지고 있는 교육·보육기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폐원에 대비해 육아인프라를 통제하고 지휘할 사령탑이 있어야 합니다. 저출생 현실에 대비해 과감한 행정개혁이 필요합니다. 특히 유보통합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예산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설 맞이 <뉴스토마토>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저출산 대응 중 하나인 '유보통합' 핵심 과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유보통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보육과 교육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계획입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이원화돼 있는 주무부처를 교육부 중심의 통합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심화·맞벌이 가정 증가로 영유아 수가 줄고 있지만 유치원·어린이집의 이용률은 2011년 69%에서 현재 90%로 급증한 추세입니다. 최초 이용 월령도 30개월에서 21개월 수준으로 짧아졌습니다. 생애 초기인 영유아 단계부터 질 높은 교육과 돌봄 서비스의 제공이 매우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자리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박상희 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유보통합의 추진이 육아정책연구소 창립 목적의 하나였다"며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는 통합 대신 유아교육·보육 격차 완화라는 국정과제가 추진,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유보통합을 다시 국정과제로 구체적 추진과 운영에 대한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행 유보통합 진행을 보면 영유아 보육과 교육 사무가 교육부로 일원화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 등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박 소장은 유보통합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교육기회의 불평등 해소'를 지목합니다. 그는 "그간 한국의 영유아 정책은 교육부와 복지부에 의해 나뉜 역사가 오래 지속되며 불평등이 존재했다"며 "국가는 아동 부모의 여건과 상관없이 생애초기 평등한 출발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초등교육의 선행학습을 위해 지필학습을 하는 고가의 영어학원이 '계급적 기호'가 돼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체하는 현실"이라며 "부적절한 학원식 배움을 배제하고 영유아기의 발달에 초점을 둔 '영유아학교'체계를 수립해 미래세대의 육성을 위해 유보통합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지난 8일 <뉴스토마토>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유보통합 정책 핵심 과제로 '과감한 행정개혁'을 꼽았다. 사진은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 모습. (사진=육아정책연구소)
 
더욱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도 유보통합 해결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서로 다른 교원 기준의 통일'입니다.
 
현재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영유아 보육·교육이라는 공통의 역할을 수행함에도 교사의 자격요건에서의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어린이집의 경우 고졸 이상, 유치원의 경우 전문대 졸업 이상 등 최소학력 차이가 존재합니다.
 
박 소장은 유보통합된 기관에서 영유아를 담당하게 될 교사들의 자격 기준을 높이고 양성과정을 엄격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합니다.
 
그는 "유치원 교사들이 보이는 반대 의사는 기존 보육교사의 자격 기준이 비교적 낮고 교원 양성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자신들과 동일하게 교육부 소속 교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통합교사 자격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현직 보육교사가 통합교사 자격을 취득하고자 한다면 필요 요건과 보완 교육 과정을 분명하게 제시해 전문성 구비를 위한 적절한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치원 교사는 향후 0~2세 영아까지 돌보아야 한다는 변화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이라며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영아를 돌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 또한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유보통합의 남은 과제 중 하나는 '예산' 문제입니다. 일각에서는 시도교육청 적립금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복지부가 10조원 이상 지출하던 돌봄·보육 예산을 교육부로 이관하는 게 아니라 저출산·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 소장은 영유아 보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정부의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기존 돌봄·보육 예산의 이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박상희 소장은 "돌봄·보육 예산은 무상보육정책에 따른 어린이집 보육료 즉, 보육 아동당 지원되는 보육비용이 전체의 약 7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현재 100만명에 이르는 어린이집 영유아의 보육서비스를 위해 국가가 어린이집에 지불하는 비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린이집은 이를 보육교직원 인건비와 운영비, 급식비, 교육재료비 등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기존의 예산이 옮겨져야 최소한 이전 수준의 보육이 유지될 수 있다"며 "행정적 관할 체계만 이관되고 재정을 교육부 및 교육청에서 자체 마련하라고 한다면, 3만 개소 이상 어린이집의 영유아 보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21조원 이상 쌓인 것으로 알려진 시도교육청 기금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금액은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이겠지만 해당 기금을 유보통합 실행에 사용할 여지가 있다면 오히려 무척 다행한 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박 소장은 "유보통합 취지에 맞춰 교육과정 개편은 물론 교사 교육 강화, 처우 및 근로환경 또한 높은 수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통합의 실현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이를 위한 추가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숙제다. 여분의 재정력이 있다면 영유아 교육 부문에도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유보통합 예산이 저출산과 무관한 예산이 아닌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영유아 교육과 돌봄을 개선하는 것 또한 저출산 기대 국가 미래 대응 정책의 일부"라며 "저출산 대응으로 유보통합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예산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지난 8일 <뉴스토마토>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유보통합 정책 핵심 과제로 '과감한 행정개혁'을 꼽았다. 사진은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 모습. (사진=육아정책연구소)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프로필
 
△고려대 교육학 학사 △중앙대 유아교육학 석·박사 △광신대 유아교육과 교수 △광신대 보육교사교육원 원장 △광주광역시 여성발전위원회 위원 △광주광역시 보육정책위원회 위원 △광저 여성의 전화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강사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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