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일본 자동차 시장에 재 진출한지 2주년을 맞았습니다. 2009년 말 철수한 이후 12년 만인 2022년 야심차게 문을 두드렸지만 현지 판매량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수입차 무덤'으로 악명 높은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만 판매하는 현대차가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9일 일본자동차수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일본내 판매량은 492대에 그쳤습니다. 2022년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해 약 8개월 간 판매한 수치(526대) 보다도 줄었습니다.
2023년 일본 승용차 업체별 판매량.(그래픽=뉴스토마토)
현대차는 2022년 2월 "일본 시장은 배워 나가야 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장소"라고 밝히며 일본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현대차는 일본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아이오닉 5, 넥쏘, 코나 EV 등 세 차종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업계에선 일본이 아직 하이브리드차가 중심인 만큼 전기차 및 수소차 판매량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일본의 전기차 판매비율은 전체의 2%대로 10% 수준인 한국보다 낮습니다. 또 경형, 소형 위주의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아이오닉 5 등 중형의 고가 전기차로만 공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인데요. 아이오닉 5는 일본 판매 가격이 479만엔(약 430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반면 지난해 1월 일본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중국 BYD는 1446대를 판매하며 현대차를 앞질렀습니다. 현대차와 달리 소형 전기차 아토3(440만엔), 돌핀(363만엔) 등 가성비 모델 2종을 투입한 것이 출시 1년 만에 1000대 이상의 판매 성과를 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1분기에는 중형 전기 세단 ‘씰’도 출시합니다.
2023년 한국 승용차 업체별 판매량.(그래픽=뉴스토마토)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일본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호하고 있고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 대부분은 SUV 형태나 체급이 큰 차량들이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수입차 업체들에게 일본은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힙니다. 일본 내수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은 90%가 넘습니다. 상대적으로 국산차 점유율이 높은 한국(85)%보다도 높죠.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지만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 5만대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벤츠 판매량 7만6000여대보다도 적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그럼에도 현대차는 일본 시장 공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향후 일본에서 전기차 시장이 본격 열렸을 때 판매량 확대를 기대한다는 전략인데요. 지난해 일본 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이 2만2890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인 상황입니다. 현대차는 이에 맞춰 '현대의 최신 기술, 차량들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죠.
우선 현대차는 내년 초 캐스퍼 일렉트릭을 일본에서 출시할 예정입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작은 전기차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수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도쿄 오토 살롱'에 참가하며 아이오닉 5 N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조급한 성과보다는 길게 보는 긴 호흡이 중요하다"며 "비용은 최소로 하면서 난공불락이라는 일본 시장을 확실히 개척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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