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신대성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 의료계는 전면 철회해야 한다며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의료계 불법행위에 대한 구속수사 등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63.1%인 7913명이 근무지를 이탈했습니다. 이들 병원 전체 전공의의 3분의2가 의료현장을 떠났다는 설명입니다.
의대증원과 관련해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만, 정부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폭인 2000명도 부족하다는 판단”이라며 “환자를 볼모로 해서 집단행동을 하는데, 증원폭을 줄이는 협상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해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게시된 진료 대기 시간 안내판에 마감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오히려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복지부와 대검찰청·경찰청 등은 이날 오후 공동브리핑을 열고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등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중 처벌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개혁 핵심으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꼽고 있습니다. 2035년까지 의사인력이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보고 5년간 2000명씩 의대정원을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내년부터 의대정원이 늘면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증원이 됩니다.
반면 의료계는 현 상황에서 의대 증원이 아니라 올바른 필수의료 확대 정책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성명을 내고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정원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전협 측은 “정부가 인용한 자료의 저자인 홍윤철 서울대 교수도 문제가 많은 의료시스템을 고친 후 의대 증원 규모를 계산해야 한다고 했고, 앞서 전국 의과대학 학장단 모임에서도 무리한 증원 규모를 제출했다는 점을 시인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합리적인 의사 수 추계를 위해 과학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지만,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저수가와 의료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도 의대 증원에 앞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의료인력 확충을 확충하는 한편, 전공의 노동환경 개선과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 부담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와 진료면허·개원면허 도입, 인턴 수련기간 연장 등 불합리하고 피상적인 정책들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안창현·신대성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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