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와 의사단체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의협을 중심으로 의대 증원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고, 전공의나 의대생들은 사직·동맹휴학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입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의대 증원만으로 지방의사 부족 등 열악한 의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공의료법·지역의사제법 제정 등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의대증원을 둘러싼 후폭풍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1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산하 16개 시도의사회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강행을 규탄하는 지역별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 증원 추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각 시도의사회에 기존에 예정됐던 전국 궐기대회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부산과 인천은 13일 정부의 의대증원 계획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고, 14일부터 나머지 14개 시도의사회에서도 각 지역별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날 오후 7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증원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개최합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이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장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협은 전날 비대위 전환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증원 추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의협은 오는 17일 비대의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투쟁 방안과 일정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입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집단 휴진과 사직,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전국 의대생으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총회에서 40개 의대 모두 만장일치로 단체행동 필요성에 동의했다”며 “동맹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수일 내 최종 의결을 거쳐 동맹휴학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일부 병원들에선 전공의 사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턴과 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회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오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는바 이후에는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의료계에선 박 회장의 사직을 계기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 공공의대법 제정 위한 연속회의
의사단체들의 반발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명분 없는 불법파업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극심한 공공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의대 증원과 함께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법 제정 등의 법적 제도적 조치들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경실련 등 282개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공공의대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민주당 의원들과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공공의대법 등의 법안 처리를 위한 연석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경실련 측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그동안 극심했던 의사부족 문제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와 함께 공공의대 신설 등 새로운 양성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새로 양성된 의사를 부족한 곳에 배치하기 위한 기준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지금의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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