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확장현실(XR) 시대를 앞두고 'LG전자·메타', '애플', '삼성·구글·퀄컴' 등 이른바 3파전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입니다. 기존 강자 메타는 최근 시장에 뛰어든 애플을 겨냥해 LG전자와의 협력을 통한 견제를 예고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오랜 협력 관계를 맺어온 구글, 퀄컴과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만났습니다. 이들은 XR과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제품 사업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는 양측의 이번 만남이 XR 동맹 관계 구축을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메타는 지난 2014년 XR 시장에 진출하며 그간 시장 강자로 군림해왔지만 최근 애플의 참전으로 지배력이 다소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이에 모바일과 가전 등 제품 제조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LG전자와 손잡고 후발주자 견제에 나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LG전자 입장에서도 메타와의 동맹은 자사의 XR 사업 역량을 한층 성장시킬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 2021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는 새 먹거리로 XR을 꼽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증강현실(AR)·VR·혼합현실(MR) 등 XR 관련 기술 특허 수십건을 확보했으며, 다수의 해외 유망 스타트업과도 신기술·트렌드 등을 서로 공유하며 사업 내공을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28일 LG전자 CEO인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만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전자와 메타의 중점 협력 분야는 XR 헤드셋과 콘텐츠 플랫폼 크게 두 가지 분야로 점쳐집니다. 양사는 메타의 XR 헤드셋 브랜드인 '퀘스트'의 차세대 제품을 공동 개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LG전자가 하드웨어(HW)를, 메타가 소프트웨어(SW) 개발을 각각 담당하는 방안입니다. 이날 조 CEO는 취재진에게 "메타와 협업한 XR기기는 내년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사가 선보일 XR 헤드셋에는 LG전자의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인 '웹(web)OS'가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웹OS는 LG전자가 지난 2014년 첫 공개한 스마트TV 구동 운영체제(OS)로, 현재 전 세계 300개 이상의 TV 브랜드에 장착됐습니다. LG전자는 웹OS를 TV뿐 아니라 디지털 사이니지(전광판), 자동차, 빔프로젝터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달 초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앞세워 XR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비전 프로 가격은 3499달러(약 460만원)로, 메타 퀘스트3(499달러)보다 7배가량 비싸지만 사전예약 열흘 만에 20만대가 넘는 판매 성과를 거뒀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비전 프로 영향으로 올해 X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39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삼성전자는 구글·퀄컴과 XR 동맹을 결성했습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2월 "퀄컴, 구글과 협력해 차세대 XR 폼팩터를 개발해 모바일의 미래를 다시 한 번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퀄컴의 칩셋과 구글의 운영체제(OS)를 탑재한 XR 기기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올 하반기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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