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지난해 10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지 약 5개월이 지났지만 중고차 업계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습니다. 비싼 가격과 적은 매물로 인증 중고차 판매가 신통치 않은데요. 최근 중고 전기차 판매에도 나섰지만 매물 확보는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KG모빌리티(003620) 역시 연내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매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시작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5일 현재 기준 현대차 인증 중고차에 등록된 중고차 수는 현대차 281대, 제네시스 202대입니다. 여기에 상품화 과정을 받고 있는 판매예정차량은 현대차 165대, 제네시스 95대로 총 260대입니다.
지난해 10월 경남 양산에 문을 연 현대 인증 중고차 센터.(사진=현대차)
두 물량을 합쳐도 743대에 그칩니다. 지난해 말 1000대 수준에서 오히려 줄었는데요. 적은 매물 탓에 지난해 판매량은 1057대로 당초 목표치인 5000대의 5분의 1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우선 매물이 부족한 데는 판매 차량이 5년·10만km 무사고 차량으로 한정돼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건의 차들은 대부분 고장이 안 나고 보증기간도 남아 있어 팔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습니다.
이에 현대차는 직원들 차량을 우선적으로 매입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직원들은 할인 받은 자사 차량을 2년 간 유지하면 또 차량을 구매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차량 교체 주기가 빠른 편입니다. 현대차 신차 구입 고객이 타던 차량만 매입하는 것도 물량이 적은 이유로 꼽힙니다.
현재 대부분 신차급 차량만 판매되고 있어 가격 역시 타 업체에 등록된 동급 매물과 비교하면 비싼 편입니다. 차량 연식과 주행거리를 제한하고 200여 항목에 걸쳐 정밀진단을 거치는 만큼 기존 중고차 업체들보다 가격대가 비쌀 것이란 예상이 들어맞은 셈입니다.
현대차는 매물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중고차 매입에 따른 보상 혜택을 늘렸는데요. 지난해에는 차량 견적금액의 2%만 차주에게 추가 보상금으로 지급했지만 올해부터는 최대 4%까지 높였습니다.
이달부터는 중고 전기차도 판매를 시작하며 올해 판매 목표치를 1만5000대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등록된 전기차 매물은 전무합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보다 매물 확보가 더 어려운데요. 먼저 중고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 기아도 현재 매물이 13대에 불과합니다.
전기차 등록일로부터 2년의 의무운행기간이 있습니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의 경우 2년 내 매각하거나 관내 주민이 아닌 타 지자체 주민에게 판매시 받은 보조금 일부를 토해내야 합니다. 또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하는 등 절차가 복잡합니다. 결국 신차급 전기차 매물 확보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세계적으로 중고 전기차 가격 산정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 상품화 작업 대기 중인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사진=현대차)
현대차·기아 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중고차매매업이 중소기업·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이 자유로워졌지만 매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KG모빌리티의 경우 올해 여름께 인중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예정인데요. 중고차 매물 확보가 더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도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KG모빌리티 운행 차량이 현대차 대비 적은데다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4륜구동 용도로 지방에서 오래 타는 경향이 있어 상품성 높은 매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고차 사업을 하려면 전담 조직과 매매 장소 등이 필요한데 애초 차종과 판매량이 적은 완성차 업체들의 인증 중고차 수요는 높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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