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임 처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수장 공백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수처 안팎으로 악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신임 공수처장 후보가 오동운·이명순 변호사로 압축되긴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임명되려면 총선 이후까지 수장공백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지난 1월 김진욱 처장의 퇴임 이후 여운국 차장을 시작으로 ‘직무대행’ 체제로 연명하는 공수처는 수사에도 뚜렷한 진전이 보이지 않아 외우내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행체제’ 연속에 수사도 지지부진
공수처는 처장 대행을 맡았던 김선규 수사1부장이 사직하면서 대행체제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수사도 난관의 연속입니다.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주 호주 대사로 임명됐습니다. 공수처는 차질없이 수사한다고 하지만 속도를 내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5일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관련해서 “수사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로 인해 수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 호주 대사에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진=뉴시스)
공수처는 지난해 7월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상병 사건에 대해 국방부와 군검찰단, 해병대사령부 등을 상대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 중에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됐습니다.
대통령실은 전날 이 전 장관을 주 호주 대사로 임명했고, 이를 두고 민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채상병 사건을 은폐하려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만큼 수사 차질의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아무리 고발이 됐다고 하더라도 국가를 대표해 공무로 인사 발령이 나서 가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소”라며 “추후 조사에 응하겠다는 서류를 남기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무대행 업무 분산키로
공수처는 대행체제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김진욱 처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후 여운국 차장 대행체제로 운영됐지만, 여 차장도 얼마 뒤 퇴임하면서 김 부장이 처장 역할을 대행해왔습니다.
이번에 다시 김 부장이 사직서를 내면서 송창진 수사2부장이 처장 업무를, 박석일 수사3부장이 차장 업무를 대행할 예정입니다. 공수처는 처장 직무대행 업무를 분산시키기로 했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송 부장이 처장 대행의 전 결정자 역할을 하면서 차장 대행과 수사2부장 등 3개 직위 권한을 행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직무대행은 최소한의 범위로 해야 한다고 판단해 업무 권한을 분산하고 내부적으로 공지해서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행의 대행의 대행체제가 됐다”며 “불가피한 조치이긴 하지만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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