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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4일 16: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267250)(267250) 계열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회사채 언더발행에 성공하면서 이자 상승 압박을 줄이고 있다. 언더발행 성공 배경에는 HD현대 계열사들의 개선되는 자산건전성이 있다. 자산건전성 향상에 따른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면 이자 증가 부담도 낮출 수 있었다. 최근 기업들은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자산건전성 개선을 통한 이자 부담 줄이기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언더발행을 통해 이자 압박을 덜어낸 HD현대 계열사들의 자산건전성 개선 배경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건설기계(267270)(이하 현대건설기계)가 지난해 상반기 회사채 언더발행(회사채 평균 수익률 이하의 이자율로 회사채 발행)과 회사채 감축을 동시에 진행해 자산건전성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올해는 미국 대선 등 주요 시장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에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부터 이자 비용 감축 조치를 취하고 있어 이를 통해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HD현대건설기계)
회사채 감축으로 이자 부담 대응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5월 무보증 회사채 1000억원을 조달했다. 2회차로 나눠 발행된 1000억원의 회사채 모집 경쟁률은 9.03대1, 5.1대 1을 기록했다. 1000억원 모집에 3730억원이 몰리면서 언더발행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최종 이자율은 민간채권평가 회사들의 현대건설기계 회사채 수익률보다 각각 0.37%, 0.4% 낮은 4.899~5.078%로 정해졌다. 지난해 5월9일 기준 현대건설기계 회사채 수익률은 5.197~5.404%였다. 이를 통해 연간 회사채 이자 부담을 4억원가량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현대건설기계 전체 회사채 이자 비용(61억원)의 6.6% 수준이다.
또한 회사채 발행 당시 동일한 등급(A-) 등급의 회사채 평균 이자율이 2년물 5.5%, 3년물 5.33%임을 고려하면 현대건설기계의 이자율은 동일 등급 회사채 이자보다 각각 0.6%, 0.25%씩 낮아진다.
아울러 현대건설기계는 회사채 상환도 병행하며 회사채 이자 부담을 줄이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건설기계의 회사채 총액은 1500억원으로 2022년 3분기(2800억원)에서 46.4% 감축했다. 지난해 하반기 만기였던 회사채들은 상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기계는 회사채 발행 이자를 낮추고 상환해 회사채 이자를 2022년 말 82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63억원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전체적인 이자 비용은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현대건설기계가 지출한 이자 비용은 338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236억원)보다 43.2% 증가했다. 국내 기준 금리가 2021년 0.5%에서 2024년 현재 3.5%로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
지난해 현대건설기계은 매출 3조8250억원, 영업이익 257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 비해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50.8%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전체 자산건전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기계의 자산건전성 개선은 북미 시장 매출 증가에 따른 것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북미 시장 매출 9828억원을 기록해 2022년(6456억원)보다 매출이 52% 증가했다. 현재 미국에서 인프라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이 매출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건설기계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8배로 재무적으로 큰 부담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더발행과 차입금 감축을 진행하는 이유는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현대건설기계의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인프라 투자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불확실성이 커진다. 아울러 전 세계적 고금리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유럽 시장은 고금리에 따른 건설기계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금리 인하가 나타나야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2683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실제 영업이익에서 4.3% 늘린 목표다. 지난해 목표 영업이익(2012억원)을 실제 영업이익(1706억원)보다 17.9% 높게 잡은 점을 고려하면 불확실성에 따라 보수적인 목표치를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기계가 지속적으로 회사채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은 이러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건설기계의 특성상 인프라 수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향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해외 시장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이자 증가 부담 경감과 회사채 상환 등으로 자산건전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현대건설기계는 건설기계 수요가 높은 신흥 자원 부국 등의 매출을 늘려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의 매출액은 1557억원으로 2022년 4분기(1320억원)보다 18% 증가했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투자도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기계는 2022년부터 내년 1분기까지 2141억원을 들여 울산 사업장의 생산 능력 확장 및 스마트팩트리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4월까지 사업장 부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투자액 집행도 이 시기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건설기계의 자본적 지출(CAPEX)은 2022년 672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786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건설기계의 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측은 향후 이자 비용 상승 압박 경감 방안 등을 묻는 <IB토마토>와의 질문에 “현대건설기계는 실적 개선 등으로 차입금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재무안정성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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