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글로벌 시장의 중심에 있는 ‘K팝’이지만 작년 후반기부터 국내 걸그룹 음반 초동 판매량은 하락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특히 4세대 걸그룹 음반 초동 판매량 저하가 눈에 띄면서 ‘걸그룹 시장 위기론’이 터졌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달 말부터 다음 달까지 데뷔하는 5세대 걸그룹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때보다 큽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방시혁과 양현석이 있습니다. 각각
하이브(352820)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수장인 두 사람은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를 총괄 프로듀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5세대 걸그룹을 통해 두 사람의 자존심이 정면으로 충돌할 예정입니다.
(좌)방시혁 하이브 의장 (우)양현석 YG엔터 총괄 프로듀서. 사진=뉴시스, YG엔터
방시혁-양현석 ‘자존심’ 대결
오는 25일 하이브의 아일릿, 다음 달 1일 YG엔터 베이비몬스터가 출격합니다.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의 경쟁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양현석 YG엔터 총괄 프로듀서 자존심 대결로도 압축됩니다. 두 사람 모두 소속 IP에 대한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방 의장은 산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 데뷔 과정에 많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레이블 체제를 구축한 이후 각각의 시스템에 맡는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데만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일릿만큼은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데뷔 앨범 ‘슈퍼 리얼 미’에 수록된 4곡 모두 방 의장이 직접 프로듀싱했습니다.
양 총괄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양 프로듀서는 자사 유튜브 채널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총 7명의 다국적 멤버 선발 과정부터 깊게 관여하는 등 베이비몬스터에 애정을 쏟아 왔습니다. 데뷔 앨범 프로듀싱부터 팀-멤버 이미지 콘셉트와 정체성 구축까지. 모든 과정을 양 총괄 프로듀서가 직접 결정했습니다.
가요 홍보 관계자는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에 대한 시장 주목도와 기대치가 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두 회사를 이끄는 오너들의 대결이기 때문”이라며 “방시혁의 음악성과 양현석의 장르적 트렌디함이 시너지를 보이며 5세대 두 걸그룹의 시장 안착을 일궈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SM엔터 소속 4세대 걸그룹 에스파. 사진=뉴시스
5세대 걸그룹, 4세대 넘어설까
3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는 블랙핑크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4세대 걸그룹은 상대적으로 정체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4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는
에스엠(041510)의 에스파 미니 4집 ‘드라마’의 판매량은 직전 음반 대비 30%가량 감소했고, 올해 1월 발매된 JYP엔터 대표 걸그룹 있지의 미니8집은 직전 82만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1만장의 초동 판매량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중국 공구 물량이 감소한 원인이 크지만 가요계에선 헤비(코어)팬덤에 갇혀 라이트팬덤으로의 확장성을 일궈내지 못한 현상으로 해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격 준비를 마친 5세대 걸그룹, 이들은 4세대에서 느끼지 못했던 강렬함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각 회사들도 모든 역량을 집중해 IP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가요계 관계자는 “현재 K팝 시장은 4세대 걸그룹 정체기가 뚜렷하다”면서 “3세대 블랙핑크가 만들어 낸 글로벌 팬덤 확산을 이어받은 K팝 IP의 부재가 더 짙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라이트 팬덤 확산을 주장해 온 방시혁 의장 마인드가 만들어 낸 ‘아일릿’과 팬덤의 경계선을 무너트린 ‘블랙핑크’를 만든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 자존심 싸움이 볼만할 것”이라며 “정체기에 있는 K팝 걸그룹 시장의 한계를 또 한 번 깨트릴지 지켜보는 것도 5세대 걸그룹 출격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일릿 vs 베이비몬스터
‘걸그룹 시장 위기론’을 깨고 5세대 걸그룹의 시장 안착이라는 막대한 기대를 받고 있는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 흥미로운 점은 두 그룹의 색깔이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먼저 하이브의 아일릿은 ‘10대 특유의 발랄함’을 강조합니다. 하이브는 앞서 르세라핌에겐 ‘걸크러시’, 뉴진스에겐 ‘이지 리스닝’ 이미지를 입히며 각각의 아이텐티티를 구축한 바 있습니다. ‘아일릿’에겐 10대 감성을 맡겼습니다. 오는 25일 공개될 데뷔 앨범 ‘슈퍼 리얼 미’는 통통 튀고 개성 있는 10대 감성의 모든 것을 담아내며 하이브 걸그룹 신화를 이어갈 차세대 IP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예정입니다.
YG엔터의 베이비몬스터는 강력한 걸크러시로 등장합니다. 2NE1부터 블랙핑크 등 선배 걸그룹을 통해 특유의 걸크러시 아이텐티티를 유지해 온 YG엔터는 베이비몬스터를 통해 걸크러쉬 캐릭터에 정점을 찍을 전망입니다. 지난 19일 공개된 타이틀곡 포스터만 해도 날카로운 철제 구조물 아래 검은색 실루엣으로만 등장한 베이비몬스터 멤버 7인 아우라는 아일릿과는 정 반대의 스토리와 감성을 느끼게 합니다. 하이브의 아일릿이 ‘화이트’ 색감을 느끼게 한다면 YG엔터의 ‘베이비몬스터’는 ‘다크’ 색감을 강조했습니다.
5세대 걸그룹 선두 주자들은 출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 중심에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가 있습니다. 두 그룹은 각자의 방식으로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방 의장과 양 프로듀서를 대표합니다. 어느 쪽이 달콤한 승자의 과실을 얻게 될지 주목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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