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건희 다음으로 유명한 박지원입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장에서 물러난 뒤 대중 활동을 시작하면서 박지원(81) 전 원장은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윤석열정부를 맹공했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한 뒤에 제일 먼저 찾은 게, 기자"라는 말을 달고 다닐 정도로 언론 활동을 중시하는 그는, 공중파와 유튜브를 망라한 방송 출연과 강연을 윤석열정권 공격무대로 삼았습니다. 그 자신도 기소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등이 시작이었습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친문은 다 어디로 갔나, 주변을 보면 나하고, 박지원 전 원장밖에 없다. 나하고, 박 전 원장, 이언주 전 의원 셋이 싸운 게 친문들 다 합친 것보다 두 세배 더 많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투쟁을 바탕으로 그는 '올드 보이'라는 세간의 딱지를 '스마트 보이' 심지어는 '새순'이라고 가뿐히 받아넘기면서, 이번 총선에서 고향인 전남 해남·진도·완도의 민주당 공천을 확보했습니다. 2022년 등산 중에 다리를 다쳐 철심 2개를 삽입했던 그는 '올드 보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넘어지지 않겠다, 감기 걸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공천 때까지 11개월간 이를 지켜내기도 했습니다.
대북 특사,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을 역임한 그는 국회에서는 4선 의원 동안 당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특히 원내대표 3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공직 후보자를 9명이나 물러나게 만들어, '청문회 낙마 9관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발군의 정보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우리 정치 현장을 통틀어 경력과 경륜 면에서 그와 같은 반열에 있는 인물은,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 이해찬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정도일 겁니다.
그런 그가 이제 5선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직함 없는 선대위원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왕성하게 지원유세를 벌이고 있는 그를 1일 여의도에서 만났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잘 못하고 있는 건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회 들어가면, 김건희·이태원·채상병 특검 반드시 처리"
-국회 진출을 목전에 두고 계신데, 국회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할 일이 무엇인가요.
해남·완도·진도 민생 문제 해결이 제일 중요하죠. 우리나라 전복의 80%가 여기서 생산되는데, 지난해부터 기후 변화 문제 등으로 전복 집단 폐사가 발생하고 있어요.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전복을 구매해서 비축하는 등 유통 구조 개선이 필요한데요. 이 문제부터 해결할 겁니다.
나라 전체로 보면, 김건희 여사 특검, 이태원 특검, 채상병 특검 반드시 처리해야죠. 공권력이 선택적으로 적용하면 되겠습니까.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도 마찬가지예요. '런종섭'으로 만들어서 호주로 대피시키고 말이에요? 호주에 있는 우리 해외 동포들이 '불량품 반납하자'고 해요.
-반윤 세력 200석을 강조해오셨습니다. 국민의힘과 그 비례위성정당이 100석 아래로 쪼그라드는 건데 가능하겠습니까.
제가 200석을 강조한 건 결집을 호소한거예요. 어떤 경우에도 민주당이 제1당으로 과반을 해야 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180석을 했잖아요.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했어요. 윤 대통령 집권 2년 간 외교, 남북관계, 살림살이 뭐가 좋아졌습니까? 윤 대통령이 제일 잘못하고 있는 건, 당신이 대통령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말하는 200석이라는 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만들어달라는 호소용이고, 득표용입니다.
"윤 대통령, 국민의힘 총선 패배하면 험한 꼴 당할 것"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이 지난 22일에 "역사적으로 집권당이 서울에서 패할 경우, 정권붕괴 현상이 초래됐다"고 말했는데, 원장님과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 고문과 제가 보는 시각들이 비슷하더라고요. 지금 여당이 수도권에서 어렵잖아요. 왜냐? 윤석열 정권 저수지에 봇물이 터진 거예요. (김건희 여사의)디올백 수수 때 김경율 비대위원과 이수정 교수가 바른 소리를 했는데, 이때 바로잡지 않았어요.
선거가 어려워지면 중진들이 입을 열어요. 조해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대통령 사과 요구가 그렇죠. 그런데 윤 대통령 내외가 그들을 용서할 리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한 위원장은 총선 전에 교체 될 거라는 말을 많이 했죠. 그런데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결국 여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 이태원 특검, 채상병 특검을 하자는 소리가 터져 나올 거예요. 그럼 결국 한 위원장도 함께할 수밖에 없죠. 그럼 윤한 갈등이 터져 나오고 파탄이 난다. 그렇게 봅니다.
총선 끝나고 5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으로 들어가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패배하면 윤 대통령은 험한 꼴을 당할 수밖에 없어요. 천하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총선 패배 이후에) 당에서 다 쫓겨 났어요. 그래서 제가 요즘 선거운동에서 패티김 노래에 빗대서 4월이 지나면 떠나갈 사람은 한동훈, 5월이 되면 울어야 할 사람은 윤 대통령 부부라고 얘기하고 있는 거에요.(기자 주-이 인터뷰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 2000명을 고수하자, 함운경 국민의힘 마포갑 후보가 당내에서는 처음으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습니다.)
-윤 정권이 무너지는 봇물이 터졌다는 말씀이신가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레임덕이라는 건요, 야당이나 언론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에요. 측근으로부터 오는 거죠. 한 위원장도 호심탐탐 대통령과 결이 다른 소리를 내고, 국민들도 그걸 원하고 있어요.
"야권 200석 확보 뒤 탄핵? 그건 아직 빠른 얘기" 선 그어
-만약 국민의힘이 총선에 참패하고, 국회가 구성이 됐을 때 특검을 고리로 대정부 투쟁이 활발해질 텐데요. 그때 윤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건 아직 빠르죠. 지난해 전국 강연을 돌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탄핵을 하자는 청중들의 요구가 들끓었어요. 그때마다 저는 헌정이 중단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제가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도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예요. 선거는 치열하더라도 정권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김대중의 '행동하는 양심'이고 노무현의 '깨어있는 시민'정신인거죠. 선거에서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200석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탄핵의 길로 걷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모든 건 윤 대통령 내외가 결정할 문제죠. (축구 국가대표) 황선홍 감독을 보세요. 국민들은 손흥민과 이강인의 화해를 봤어요.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황 감독에게 배워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해요.
해남·완도·진도에 출마하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29일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박지원 전 국정원장 페이스북)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확연하게 밀리고 있습니다. 선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는데요.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어떻게 대응할 거라고 보십니까.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요. 지금 민생과 물가가 어렵다는 건 모두가 알잖아요? 그런데 때려잡으라는 물가는 못 잡고 민주당과 이재명만 때려잡으려고 하니 되겠습니까? 대통령이 변해야 살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한동훈 위원장 영입은 효과가 있는 걸까요.
저는 한 위원장이 처음부터 실패했다고 봤어요. 집권 여당은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를 직언해야 해요. 윤 대통령은 집권 2년이 다 되도록 야당 대표와 소통하지 않았어요. (자기 편이 아니라) 반대편과 얘기하는 게 소통이에요. 비대위원장이라면 윤 대통령이 하지 못한 협치를 해서 야당을 설득했어야죠. 지금 운동권 청산만 말하잖아요. 운동권 청산하는데 왜 함운경, 원희룡을 공천합니까. 자기들 운동권은 괜찮고 남의 운동권은 나쁘다는 겁니까. 물론 윤 대통령도 잘못하고 있지만 진짜 국민의힘에 부담은 한 위원장이에요.
-총선에 참패한다고 해도 한동훈 위원장이 정치에서 떠나게 될까요.
떠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어떻게 집니까.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라고 할 수 없잖아요. 어느 시점에 대선 후보로 나설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세습한다고 우리도 세습합니까? 그렇지 않아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이재명, 조국 두 지도자가 갈라치기에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후보들 부동산 리스크? 전쟁 중에 장수 바꿀 수는 없어"
-민주당의 양문석·공영운·양부남 후보 등의 부동산 리스크가 선거 막판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제가 민주당 후보들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집권 여당 후보들은 이 문제에 자유롭습니까? 저는 수십 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를 빼면 부동산 하나, 주식 하나 없어요. (정치인이라면) 관리하고 살았어야 하는데, 관리를 하지 못한 건 잘못이죠. 그런데 중요한 건 정권 심판입니다. 만약 후보들에게 법적인 잘못이 있다면 후보들이 책임지면 되는 거죠.
-국민의힘에서는 해당 후보들을 집중 공격해서 후보직을 내놓게 만드는 게 목표일 텐데요.
이미 법적으로 선거가 공고됐어요. 지금 후보를 교체시킬 수도 없잖아요. 사퇴라는 건 자동적으로 국민의힘에 내준다는 건데, 정권 심판 정신에 어긋납니다. 선거가 끝난 뒤 국민 선택을 보고, 문제가 있다면 본인들이 검찰이건 경찰이건 사법부에서 해결할 문제입니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꿀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조국신당 창당 무렵에 더민주비례연합에 포함시키라고 주장하셨는데요. 그런데 민주당은 여기에 선을 그었고, 현재 조국혁신당은 약진하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예견하셨던 건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조국 전 장관에게 국민에게 물으라고 했었어요. 표창장이 진짜건 가짜건, 아예 일가족을 몰살시킨 건 정말 지나친 공권력 남용이고, 검찰의 보복이기 때문에 지역구 출마를 통해 국민 판단을 받아보라고 한 거죠. 창당까지 가는 걸 바라진 않았고요. 민주비례연합에 포함시켰다면 3석에 불과했겠죠.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갈라치기 하려는 시도가 많을 것 같습니다.
많죠. 그렇지만 이재명, 조국 두 지도자가 그런 데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리고 민주진보개혁 세력은 어차피 함께 갈 수밖에 없어요.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