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주주가치 제고의 한 방법으로 액면분할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주가도 그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다만 액면분할이 근본적인 기업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어서 주가가 급등한 경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457190),
디에이테크놀로지(196490),
아세아제지(002310),
BYC(001460),
동화기업(025900),
인카금융서비스(211050),
DH오토웨어(025440),
싸이버원(356890),
SGA(049470),
신흥에스이씨(243840),
삼양옵틱스(225190),
에코프로(086520) 등 12개사입니다.
액면분할은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낮추는 것으로, 발행주식 수를 늘려 시장에 유통되는 거래량을 늘리는 작업입니다. 주가는 낮아지고 주식 수가 늘어 평소 거래가 부족한 '몸집이 무거운' 주식의 유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에 액면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들도 유통주식 수 확대를 통한 거래 활성화,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공시했습니다.
거래 부족 현상이 극악했던 종목의 유동성을 어느 정도 풀어 줄 수 있어 주가에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시장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에도 효과적입니다. 지난 2018년 삼성전자 주가가 250만원까지 오르자 50대 1로 액면분할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번에 액면분할을 결정한 기업들도 주가 부양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1월24일 액면분할을 결정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32만500원으로 113% 급등했습니다. BYC도 전날 48만3500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달 4일 액면분할을 결정한 이사회 결의일 전 주가보다 13% 올랐습니다. 신흥에스이씨와 아세아제지도 액면분할에 힘입어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다만 액면분할에 나선 기업들 중엔 실적이 부진한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삼양옵틱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28.9%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습니다. 에코프로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51.9%, 61.2% 급감했습니다. 아세아제지도 각각 20.0%, 14.1% 감소했습니다.
액면분할은 기업의 재무구조나 실질적인 기업 내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즉, 기업가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어서 주가 부양 효과가 단기에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기적인 주가 상승 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추가적인 환원책이나 근본적인 실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이 단타 매매를 키워 악재가 될 수도 있다"며 "지난해 액면분할한 기업들의 주가도 대부분 하락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주주가치 제고가 시장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액면분할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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