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증권 정보기술 전문기관 코스콤의 신임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자본시장 내 유관 기관의 보은성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습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콤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지난주 후반 소집해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본격화했습니다. 오는 8월 5일까지 사장 후보를 공개모집하며, 사추위가 서류·면접심사를 거친 추천 후보를 결정해 이사회에 보고하게 됩니다. 이후 이사회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장을 최종 선임하는 방식입니다.
코스콤은 앞서 26일 이사회를 열고 전무이사 1명, 비상임 사외이사 2명, 외부전문가 2명 등으로 구성된 사추위를 선임한 바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사추위가 구성된 후부터 40~50여일이 걸리기 때문에 9월 중 신임 사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인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코스콤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대전 동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바 있는데요. 내정설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윤창현 전 의원은 코스콤 사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화했습니다.
코스콤은 홍우선 사장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만료됐지만 8개월째 사장 인선을 미뤄왔는데요. 지난달 한국증권금융이 대략 반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사장 인선을 진행한 영향을 받아 코스콤도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정치권 입김이 작용하는 자리인 탓에 사장 인선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코스콤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은 정치권의 보은성 낙하산식 인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내부 출신보다는 금융권 관료 출신이나 비전문가들이 사장직을 맡고 있어선데요. 한국증권금융도 지난달 금융위원회 1급 출신인 김정각 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이사를 사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윤 전 의원 역시 외부 출신 여권 인사인 만큼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1960년생으로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나왔습니다.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과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친 뒤 국민의힘 소속으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습니다.
코스콤은 사장 선임이 늦어지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업계는 4월 총선이 여당 대패로 마무리된 데 따른 여파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성을 우선 순위로 뒀다면 전임 사장 임기 전 인선 절차를 마무리했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실제로 코스콤의 사장은 전문성을 겸비한 적합한 인물보다는 고위 관료들의 보은성 인사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획재정부 출신이 맡는다는 암묵적인 룰도 존재하는데요. 일각에선 전임 사장들의 행보를 볼 때 사장 자리가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거쳐가는 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동안 사장 자리는 기재부와 그 전신인 재정경제부·경제기획원·재무부 등 고위 관료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초대 이두희 사장과 7대 이준상 사장은 재무부 출신이고, 8대 신윤재, 9~10대 김경중 사장은 경제기획원 출신입니다. 11대 허노중, 12대 한정기, 13대 이종규, 16대 우주하 사장은 재경부 출신입니다.
유일한 내부 출신으로 꼽히는 18대 정지석 사장도 문재인 캠프 인사로 알려지면서 몸살을 앓은 바 있습니다. 당시 노조로부터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는데요. 정지석 사장은 코스콤 내부출신으로 분류되지만, 인사 논란에 휘말린 전 사장의 측근이기 때문입니다. 정연대 전 사장의 경우에도 코스콤 사장 선임 당시 자격 시시비비 논란에 휘말렸으며 이후 3개월여 만에 자진사퇴한 바 있습니다.
현재 코스콤을 이끄는 홍우선 사장 역시 나이스정보통신 대표이사를 지낸 민간 출신이지만 회사의 주 업무인 IT 전문가가 아닌 채권 및 신용평가 전문가로 취임 당시 적합성에 의문 부호가 붙은 바 있습니다. 이에 밀실 인사라는 비판이 노조로부터 제기됐으며 코스콤 대주주인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일은 바 있습니다.
부사장과 감사 등 주요직들도 내부에서 승진을 통해 발탁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요. 코스콤은 과거 상임감사 등의 자리에 청와대 행정관 출신 인사가 선임되는 등 낙하산 인사가 만연해왔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지속되는 낙하산 인사 관행으로 유관기관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낙하산 인사와 비전문가 출신 사장 선임은 자본시장 경쟁력 후퇴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금융산업노조 코스콤 지부는 사장 선임 과정에서 매번 인사비리 문제를 지적하면서 밀실 인사,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으며 사장 출근 저지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코스콤에선 "공모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사추위에서 서류 심사한 후 면접 심사 거쳐서 주총에서 최종 결의되는 만큼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며 "내정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증권 정보기술 전문기관 코스콤의 신임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자본시장에 윤석열 정부의 보은성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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