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대신증권(003540)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종투사 지정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한 가운데 자본건전성을 지켜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RCPS로 만든 종투사 자격요건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 3월 2300억원 규모의 RCPS을 발행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청을 위한 자격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했습니다. 437만2618주의 RCPS를 주당 발행가액 5만2600원에 제3자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대신증권은 골든씨제삼차, 신한투자증권, KB증권, 유안타증권, 산은캐피탈 등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비상장 우선주를 발행해주고 이들에게 받은 돈에 대해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전환권 행사 권리는 RCPS를 보유한 투자자에게 있지만 전환가액이 주당 5만2600원으로 높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대신증권의 주가는 지난 26일 종가는 1만6720원으로 전환가격과 3배 이상입니다.
표=뉴스토마토
RCPS를 셋으로 쪼개 발행한 탓에 금액과 우선배당률, 배당률 상향 조항,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능일, 상환권 행사 기간 등이 각각 다르나 모두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붙어있습니다. 700억원, 1100억원, 500억원 규모인데요. 모두 우선배당률(가산금리)이 붙기 전에 상환하겠다는 뜻입니다. 각각 2025년 9월 30일, 2026년 3월 30일, 2027년 3월30일 콜옵션 조건입니다.
결과적으로 대신증권의 이번 RCPS는 금융지주가 일정기간 이후 미상환시 가산금리 조항을 붙여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와 구조가 유사합니다. 상환권 행사 기간이 대체로 5년 이하로 짧다는 면에서 단기 대출에 가깝다는 분석입니다.
자본금 일부, 실질적 부채
실질적으로는 부채나 다름이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RCPS 발행으로 회계상 자기지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종투사 인가 이후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영업이 지나치게 확대된다면 리스크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금융투자업 규정에서도 상환우선주의 경우 향후 현금 유출이 예정되어 있는 금융부채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발행일로부터 상환일까지의 기간이 5년 미만일 경우, 영업용순자본 차감 항목으로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신증권 RCPS는 발행조건상 상환권과 조기상환권 행사기간(각각 1.5년~5년, 2~3년)이 5년 미만에 해당합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발행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는 결국엔 갚아야 할 부채이기 때문"이라며 "자격 조건을 선회해 맞췄기 때문에 향후 재무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증권은 상환권을 가지는 형태로 RCPS를 발행해 종투사 자격 요건을 맞춘 셈인데요. 대신증권의 지난해 4분기 별도 자기자본은 2조8500억원 수준이었지만, RCPS 발행으로 자기자본 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으면 금융당국에 종투사 신청을 낼 수 있습니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가능해지는 등 IB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습니다.
순자본비율 부담 요인도
대신증권은 순자본비율(NCR)도 국내 주요 증권사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부담 요인도 안고 있습니다. 증권회사의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로서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향후 손실에 대응할 수 있는 증권사의 역량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금융당국은 100%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적정 NCR의 경우 500%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대신증권의 NCR은 352%입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다 인지하고 있다"며 "RCPS말고 다른 방안으로 자기자본은 맞추는 등 자본건전성을 탄탄하게 대비해 나갈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현재 회계기준상 RCPS는 자본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증권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종투사 지정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한 가운데 업계에선 부채성이 짙다는 평가와 자본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대신증권)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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