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19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본토를 겨냥한 '재보복'에 나섰습니다. 이란이 지난 13일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심야 공습을 단행한 지 6일 만입니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의 방아쇠'를 당겼지만, 미국 등 서방의 '확전 방지' 요구에 따라 제한적인 '체면치레 보복'에 나서면서 전면전은 피했습니다. 다만 '응징'을 강조한 이란의 대응 수위에 따라 확전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14일 새벽 예루살렘 상공에서 이란이 이스라엘로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이스라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요격으로 공중에서 폭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동 '45년 앙숙'…전면전 대신 '계산된 메시지'
이란의 보복 공습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보복은 '자국의 체면은 살리되 전면전은 피하는' 방식의 공격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란도 즉각적인 맞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국이 제5차 중동 전쟁으로 확전되는 것은 막기 위해 일종의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전통보를 받은 미국도 이스라엘의 재보복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전면전 대신 '계산된 메시지'를 통해 파국만은 피한 셈입니다.
그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대응에 대한 결정은 주체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직접 전화통화를 갖고 군사적 보복 자체를 말렸습니다. 국제사회의 만류가 거셌던 만큼 이스라엘의 재보복 결정에도 시간이 소요된 겁니다.
현지시간으로 새벽 5시께 강행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은 이란의 중부 도시인 이스파한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이란의 육군 항공대 기지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6일 전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순항 미사일과 지대지 미사일, 드론(무인기) 등 300기를 발사한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란의 '보복 공습' 당시 발사원점을 겨냥한 재보복인 셈입니다.
이란 국영TV도 이스파한 상공에서 드론 3기가 목격됐고 방공체계가 가동돼 드론을 모두 격추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파한에는 우라늄 농축 공장인 나탄즈 핵시설을 비롯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연계된 인프라가 위치해 있는데, 이스라엘은 민간인과 핵시설을 피해 군사시설만 표적으로 삼는 '제한적 방식'을 택했습니다.
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4~48시간 이내에 보복을 단행하겠다는 계획 역시 미국 정부에 알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스라엘이 자국의 '자위권'을 우선시하면서도 동맹국 관계를 우선시 해 보복 수위를 절제하기로 한 대목입니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 보복의 대원칙은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되 이란을 고통스럽게 한다'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앞서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의 99%를 격추했다고 밝혔는데요. 양국이 인명 피해는 최소화하는 보복과 재보복을 주고받는 모양새입니다.
15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 건물벽에 걸린 반이스라엘 현수막 앞에서 시위대가 대형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은 다시 이란으로…"비례적 대응 수위 지켜봐야"
결국 공은 다시 이란으로 돌아갔습니다. 에브라함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17일 연설에서 "이번 작전이 우리 군의 준비 태세를 보여줬지만 그 규모는 제한적이었다"면서 "(이스라엘의) 아주 작은 침략도 거대하고 가혹한 응징을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은 보복과 재보복을 주고받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공통된 진단을 내놨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이란이 응징을 얘기하긴 했지만, 자국 피해 수준에 상응하는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보복을 주고받는 공세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확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튀르키예 언론인 출신이자 중동 전문가인 시나씨 알파고는 "중동이 예상 불가한 지역이지만,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이 미흡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이 이번에는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네타냐후가 내각 유지를 위해 대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상호 대응하고 있을 뿐 확전은 경계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쟁사 전문가 A씨는 "이스라엘 우파의 논리는 '당한 만큼 반드시 갚아줘야 한다'라는 건데 우파와의 연정이 절실한 네타냐후가 이란에 비례적 대응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이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확전 자제를 요구받은 것과 달리 국제적으로 이란을 말릴 국가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란의 비례적 대응 수위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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