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4·10 총선으로 정권심판 민심이 확인됐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인적 쇄신 대상에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은 제외됐는데요. 사실상 대통령의 전권 행사가 가능한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되레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
국가안보실은 인적 쇄신 대상에서 제외
총선 참패 직후인 11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성태윤 정책실장과 이도운 홍보수석, 한오섭 정무수석까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했는데, 대통령실은 "국가안보실은 제외"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총선 관련 입장을 육성으로 내놓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모자랐다"고 했습니다.
국정 기조를 그대로 이끌고 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건데요.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외교·안보 정책의 유지입니다.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 내 8명의 이탈자가 발생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은 무력화됩니다. 야당과의 협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그런데 외교 영역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회 구성과 무관하게 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보다 외교 영역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국 총선: 결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내외 정책은 상당한 역풍에 직면할 것이지만…정책기조에서의 큰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다"며 "한국의 외교 정책은 현재의 방향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립외교원장 출신인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외교는 대통령의 영역에 가깝고, 보수 지지층에서는 외교를 가장 잘한 영역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도한 미 의존, 비용으로 돌아올 것"
그런데 윤석열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변곡점은 오는 11월 5일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 정부는 동맹국 중심 외교를 펼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좇아 '한미일'에 치중된 관계를 이어왔는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때는 현재의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겁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외교·안보라는 영역은 국가의 생존과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에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윤석열정부 가치 외교에만 몰두해 왔다"며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리나라는 완전히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당선인은 "우리 정부가 미국에 굉장히 의존하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때는 모두 비용으로 청구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일관계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변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큽니다. 윤석열정부가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제3자 변제안'을 제시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정작 일본은 '2024 외교청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소송 판결에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나섰지만 '과거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9년 전 연설에서 '반성'을 표명했던 것과 비교할 때, 오히려 역사 인식이 후퇴한 모양새입니다.
관련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 내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레임덕'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외교는 레임덕과 분리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 하에서 한일 관계는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동맹국 중심의 외교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일 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때는 한미·미일이 분리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베 정권 때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한 것처럼,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이익을 얻어내려는 외교에 치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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