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공정한 경쟁과 협업을 내세운 '멀티 레이블'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하이브(352820)가 당분간 조직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어도어 설립 당시 외부에서 영입한 민희진 대표를 사실상 축출하는 만큼 내부 단속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방시혁 이사회 의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원팀 체제'가 강화될 개연성이 높다는 전언입니다.
25일 하이브는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멀티 레이블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려 팬들과 아티스트 그리고 구성원 들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건이 일단락된 만큼 K팝의 소중한 자산인 아티스트들의 심리 치유와 정서적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독립성 보장을 내세운 멀티 레이블 체제가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하이브는 전날 소속 레이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법인카드 사용 내역 감사까지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성난 뉴진스 팬들마저 민희진 대표를 비판하는 트럭시위까지 펼치면서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성수·소성진 등 '방 라인' 중심 개편
하이브는 지난 2021년 3월19일 기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연결과 확장, 관계를 상징하는 '하이브'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조직 구조를 개편했습니다. 현재 산하 레이블은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뮤직 △세븐틴이 소속된 플레디스(2020년 인수) △르세라핌의 쏘스뮤직(2019년 인수) △아일릿, 엔하이픈의 빌리프랩(2018년 설립) △뉴진스의 어도어(2021년 설립) △지코와 보이넥스트도어의 KOZ엔터테인먼트(2020년 인수) 등 국내 레이블을 비롯해 미국·일본 해외 법인까지 합쳐 총 11개입니다.
주요 국내 레이블의 매출별 순위를 살펴보면, 지난해 매출액은 빅히트 뮤직 5523억원, 플레디스 3272억원, 어도어 1103억원, 쏘스뮤직 611억원, 빌리프랩 273억원, KOZ엔터테인먼트 194억원 순이었습니다.
엔터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레이블 간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주요 매출을 차지하는 레이블 대표들 간에도 서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방시혁의 사람'으로 꼽히는 한성수 플레디스 대표와 소성진 쏘스뮤직 대표는 방시혁 의장과 함께 가장 높은 레벨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성수 플레디스 대표는 손담비의 의자춤을 만든 무용수 출신 제작자로, '세븐틴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쏘스뮤직을 설립한 소성진 대표는 방시혁 의장과 지난 2012년 걸그룹 글램을 함께 데뷔시킨 인연이 있습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한성수, 소성진 대표는 방시혁 의장이 작곡가로 활동할 당시부터 막역한, 그야말로 '방 라인'"이라며 "그 세월을 민희진 대표가 넘어설 수 없어 불만 아닌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여도 측면에서 봐도 두 대표는 각자 자기 회사를 키운 상태에서 하이브에 합병된 까닭에 동등한 대우를 해줬지만, 민 대표는 영입 후 회사를 만들어 준 개념이라 대우가 다를 수밖에 없었을 거란 설명입니다. 하이브 관계자는 "한 개인을 중심으로 발생한 개별 레이블의 단독 비위 행위가 더 확대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한성수 플레디스 대표, 소성진 쏘스뮤직 대표(사진=뉴시스, 나무위키)
"레이블 대표 지분율 낮출 수도"
어도어의 경우 민 대표의 지분율이 20%에 불과해 사실상 현실적인 독립 시도는 불가능했다는게 중론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 측에서 '경영권 탈취' 시도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선 이유는 다른 레이블의 유사한 시도를 미리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란 설명입니다. 박지원 대표가 '멀티 레이블 고도화'를 강조한 것도 하이브의 자회사 장악력을 극대화하려는 경영권 행사로 풀이됩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민 대표의 지분율이 18%로 높지는 않았지만 레이블별 대표들의 지분율을 더 낮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카카오(035720)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조직 정비 및 개편에 속도를 내듯 하이브도 조직 재정비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인데요.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
에스엠(041510)이 사법리스크까지 감수하며 탁영준 대표를 다시 불러들인 것도 조직 구심점을 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나간 이후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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