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특별검사 제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가 변수로 남기는 하지만, 최종 도입되면 1999년 첫 특별검사 제도 이후 16번째 특검이 됩니다.
특검이 항상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역대 특검들은 기대에 비해 성과가 미미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포함해 이명박 전 대통령 BBK 사건, 스폰서 검사 특검 등 상당수 특검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특검 무용론’까지 언급됐습니다. 이용호 금융비리와 대북 송금,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정도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제도는 권력형 비리나 수사기관이 연루된 사건 등 행정부 소속의 일반 검사가 맡기 부적절한 사건에 대해서 특별검사를 임명,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기자는 취지로 시행됐습니다. 이 때문에 주로 대통령이나 그의 친인척, 고위공직자의 비위 의혹이 수사대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의 권력남용 행위가 특검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원장인 이창민 변호사는 “그동안 특검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주로 다루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더구나 수사능력 부재나 활동기한의 제한 등 제도적 한계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검에 대한 실효성 문제나 검찰 개혁과 맞물려 앞서 공수처 설립이 추진됐던 것”이라며 “현재 공수처 무용론이 나오면서 채상병 사건과 같이 공수처가 맡은 사건에 대해 다시 특검이 추진되는 건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채상병 특검’에 앞선 역대 15번의 특검 중 성공적인 사례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꼽힙니다.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겨 유죄를 확정 받는 성과를 냈습니다.
최서원(최순실)씨를 둘러싼 의혹을 중심으로 대기업 뇌물과 정유라 부정입학 등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20명의 파견검사가 동원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특검팀을 꾸린 결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시 특검팀에서 활약했습니다.
2001년 이용호 금융비리 특검도 검찰 내 특별감찰본부를 새로 설치하게 하는 등 일정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 받습니다. 당시 이용호 지앤지그룹 회장이 680억원을 횡령하고 보물선 발굴사업 등을 미끼로 주가 조작해 25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는데, 이 사건에 정치인과 검찰 간부, 국정원, 금감원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특검 결과 대통령과 검찰총장 등의 지인을 포함해 권력층 비리 드러났고, 이로 인해 대검찰청 특별감찰본부까지 설립된 겁니다.
남북정상회담 대북 송금 특검도 비교적 성과를 냈습니다.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을 조사해 5억달러 불법 송금 사실을 밝혀냈고, 이근영 전 금감원장 등이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불법 대출해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꼬리곰탕 특검’에 무용론까지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 핵심 측근인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등의 금품수수와 로비 의혹으로 도입된 특검은 최 전 비서관이 대선 직후 4억9100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를 추가로 밝혀냈을 뿐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 모두 결론을 내리지 못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BBK 주가조작과 도곡동 땅 차명보유 등 숱한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혐의 사실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특히 특검이 이 대통령을 한정식집에서 3시간 동안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꼬리곰탕 특검’이란 비난을 받았습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을 맡았던 조준웅 특검은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이루긴 했지만, 삼성의 전방위적인 로비 실체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또 스폰서 검사 의혹을 수사한 민경식 특검팀은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의 수사 개입 발언을 확인하고도 불기소 처분하면서 ‘특검 무용론’에 불을 붙였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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